유럽 중세의 암울함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는 ‘마녀 사냥’이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고, 유일한 기준인 시기에 악마의 힘을 지닌 마녀는 죽음을 의미했다. 마녀 판별법에는 마녀 혐의로 체포된 사람을 물에 잠그는 방법이 있었다. 신성하다고 믿는 깨끗한 물에 사람을 던져 익사하면 마녀가 아니고, 떠오르면 마녀여서 화형을 시켰다. 결국은 마녀로 찍히면 죽는 것이다.
창조미래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낙마한 김종훈씨가 자신이 한국에서 마녀 사냥을 당했단다. 김씨는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에 ‘새로운 세상의 오래된 편견(Old prejudices in new world)’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는 “조국에서 나는 (미국) 스파이였고, 나의 아내는 매매춘 연루자였다”며 한국사회의 편견을 공격했다. 또 “‘마녀 사냥(witch hunt)’에 비유할 수밖에 없는 독기서린 공격은 인터넷은 물론 주류 언론 매체도 마찬가지였다”고 분노했다.
앞서 그는 자신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과정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 논란을 빚었던 미국 중앙정보부(CIA) 경력과 관련, “CIA 자문위원직을 자랑스럽게 맡았으나 이 자리는 결국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장관직 내정 후 갖가지 소문을 만들어 내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미국에 대한 나의 사랑은 깊고 강하기 때문에 이런 미국의 축복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고, 이는 이 나라에 봉사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그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다. 그렇기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될 수 있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했고, 언론은 충실했다. 하지만 그는 억울하다면서도 청문회에 임하지도 않은 채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나갔다. 그리곤 미국인들에게 고자질하듯 자랑스러운 미국인이 한국에서 몹쓸 꼴을 당했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정·관·재계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주로 내 국적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고 하는데, 2개 회사에 주주로 있다면 어느 쪽에 충성할지를 문제 삼는 것이 당연함을 성공한 기업인인 김씨가 잘 알 것이다. 또 공직 진출자에게 우리보다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미국풍토를 가장 잘 아는 김씨가 조국에서의 검증과정을 마녀 사냥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미국인의 한국사회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다.
그는 돌아올 다리마저 끊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