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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의 본디 이름은 알렉산드로스다. ‘인민(andros)의 영웅(Alex)’이라는 뜻이다. 그가 인민의 영웅으로 추앙받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에 관한 다양한 신화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고르디온의 매듭(Gordian Knot)’ 역시 알렉산더에 얽힌 신화다. 옛날 프리기아의 고르디우스왕은 가난한 농부로 지내다 신의 신탁에 의해 왕이 되었다. 신의 신탁은 미래의 왕이 짐마차를 타고 올 것인즉 그를 왕으로 삼으라는 것이었다.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타고온 짐마차를 신에게 바치고, 그곳에다 짐마차를 묶어두고는 튼튼하게 매듭을 지어 놓았다. 이것이 바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그리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내는 사람이 아시아 땅의 왕이 될 것이라는 또 하나의 신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매듭을 풀어 보겠다고 달려 들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알렉산더 대왕 역시 문제의 매듭을 풀어 보려 했으나, 아무리 해도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짜증이 난 그는 갑자기 칼을 쑥 뽑아 그 매듭을 잘라 버렸다. 그 수수께기 같은 고르디온의 매듭이 알렉산더의 칼에 허무하게 풀리고 만 것이다.
후일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 땅을 다스리게 되었을 때에야 사람들은 알렉산더 대왕이야 말로 신의 뜻을 제대로 이해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쾌도난마(快刀亂麻). 복잡한 문제에 봉착할수록 결단력을 발휘해야 함을 뜻하는 말이다. 계산만 하고 있다간 때를 놓치거나 기회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마찬가지 의미로 발상의 전환도 중요하다. 큰 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내 것을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정치인의 정치적 결단도 그와 다르지 않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 비리와 지지도 하락 등 각종 악재에 직면하자 느닷없이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다시한번 만천하에 입증시킨 것이다.
이후 정국은 급격히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단 노 대통령의 ‘올인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재신임 발표 직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재신임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반사이익도 만만찮다. 우선 내년의 총선구도를 ‘한나라당 對 신당’의 대결로 압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듯하다. 또한 자연스럽게 노사모를 재결집시키는 효과도 얻었다. 아울러 골치 아픈 이라크추가파병 문제도 재신임 이후의 결정사항으로 미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찮다. 우선, 국민의 불안심리를 볼모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정치술수라는 비판이다. 또한 측근비리로 야기된 위기를 엉뚱하게도 야권의 국정 비협조와 정치개혁이라는 전혀 다른 카드와 연계시키려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반면,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권은 재신임 정국 초기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뒤늦게 대통령 측근 비리의 우선 규명과 탄핵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지만 이미 전선(戰線)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간 뒤다.
아무튼 노 대통령의 벼랑끝 승부수는 범인이 흉내내기 힘든 절묘한 결단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린 것과도 비견될 만하다.
그러나 역사의 교훈은 언제나 복선을 깔고 있게 마련이다. 고르디온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내 신탁(神託)대로 아시아의 정복자가 되었던 알렉산더가 자신의 업적을 만끽할 겨를도 없이 요절한 것을 새삼 음미해 볼 일이다. 승리감에 도취해 스스로를 디오니소스 신으로 착각 술독에 빠져 지내던 알렉산더가 요절한 것은 이미 전쟁의 승리자가 된 뒤에도 세상사를 끝없는 싸움판으로만 인식했던 그의 전투적 세계관 탓이었을지 모른다.
정치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의 정치스타일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정치인 노무현의 성공과 대통령 노무현의 실패가 공존하는 이유가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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