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가 상당히 냉각되어 있다. 핵개발에 대한 북한의 야욕으로 인해 주변국과의 관계 또한 꼬일 대로 꼬여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도발을 이끌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한 바 있으나 중퇴했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졸업논문이 무엇이었는지 아시는지? 바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내비’라고 부르는 위성항법시스템은 지구의 약 2만km 상공을 선회하는 항법위성으로부터 전파 신호를 수신하여 사용자 위치를 구하는 장치다. 인터넷과 함께 세상을 바꾼 2대 발명품으로 꼽히는 위성항법시스템은 길찾기부터 항공기의 항행과 선박의 항해, 미아 찾기 및 응급 구조, 위치정보에 기반한 수많은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위성항법시스템은 국제우주연맹(IAF)이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 가장 뛰어난 우주기술로 인정하는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위성항법시스템은 애당초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위한 무기로서 개발되었다. 군사 작전의 실행에 있어 정확한 위치정보의 획득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병력이나 물자의 이동에서부터 각종 포의 사격, 항공기 및 함정의 항법 등 군사 작전의 전 과정이 정확한 위치정보에 의존하여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냉전 시절 미국과 옛 소련은 경쟁적으로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 뛰어 들었고, 미국은 GPS, 러시아는 GLONAS라는 시스템을 갖게 된 것이다.
민간분야에서와 같이 국방 분야에서도 위성항법시스템의 활용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을 활용하는 첨단 무기체계로는 전장 상황인식 및 통신, 개인 병사체계를 포함하는 C4ISR, 정밀 타격이 요구되는 정밀유도무기체계인 PGM 등이 있다. 특히 PGM은 일반 포탄에 값싼 GPS 유도장치를 장착하여 20km 밖의 원거리에서도 목표물의 창을 맞힐 정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하여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기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재래식 전력에서 우리나라에 상대가 되지 않는 북한은 비대칭 전력을 증강하여 우리 군의 전력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은 GPS 재밍 장치를 개발하여 경기 북부지역에 수시로 GPS의 신호를 교란시키는 도발을 감행해 왔다. 작년 4월엔 이러한 도발로 인천과 김포공항을 이용하던 600대가 넘는 민간항공기의 항법장치에 이상이 생겨 항공기 운항에 중대한 위험이 생기고, GPS 신호 교란 지역의 이동통신이 두절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였다.
북한이 GPS의 군사적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절감하고 있는지는 스위스 유학생활을 중단하고 돌아온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학과를 2년 동안 다닌 점이나, 앞서 언급한대로 GPS에 관해 졸업논문을 썼다는 점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김정은이 지난해 1~3월 포병부대를 매달 방문해 훈련을 참관하는 이례적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란 얘기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중요한 생활의 수단이요, 군에는 없어서는 안 될 무기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미국의 GPS 시스템에만 의존할 경우, 자국의 항공기와 무기의 이동 경로가 노출될 수밖에 없어 방위 체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독자적인 방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인공위성 24기로 구성된 ‘글로나스’를 구축하면서 미국 GPS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고, 신흥 우주 강국 중국도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6기의 GPS 위성을 발사했다. 유럽우주국은 ‘갈릴레오’라는 이름으로 2019년까지 30기의 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에는 위성항법시스템의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전담 부서는 물론 제대로 된 국가 계획조차 없는 실정이다. 나아가 위성항법시스템이 차지하는 산업과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위성항법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방치된 것과 다름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은 물론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까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 확보 경쟁에 뛰어든 지금,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사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