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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시카고의 주민참여예산 국제대회

 

5월 3일부터 5일까지 시카고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시카고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를 매우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자유주의 경제학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시카고 대학이나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는 이러한 세계의 흐름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번 국제대회에서 나는 수원시 의원, 공무원, 연구원과 함께 참여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사례로 수원시를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이 요구한 예산이나 몇몇 쟁점이 되는 경우에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하는 모습에서 특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공무원이 적극 참여 과정에서 지원하는 것도 특이한 과정으로 평가하였다. 외국은 집행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시민이 요구한 사업과 예산을 의회에서 삭감하지 않고 원안 통과하게 배경과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요약하면 수원시의 참여예산제가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민과 공무원 그리고 의회가 잘 연계되어 3각(triangle)의 협조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이 행사를 주관한 국제예산협력기구(International Budgetary Partnership)의 홈 페이지에 가면 한국이 예산 투명성과 참여를 위해 매우 광범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선도적인 국가로 소개되어 있다.

수원시 사례 발표의 의의

이번 국제대회에 참석하여 놀랐던 것은 1989년 브라질의 포르토 알레그레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었던 이 운동이 매우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민주주의 국가 중심으로 확산되다가 지금은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서유럽, 북유럽과 북미로 확산되고 있다.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대도시연구원의 마리아 하덴(Haden) 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천500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이 새로운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산업화시기의 지역정책이라고 하면 광역 경제권 형성, 도심재개발과 같은 공간 구조의 개편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이제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서는 지역의 문제를 함께 토론하는 마을공동체 단위의 향토애 민주주의(neighborhood democracy)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참여예산제는 이러한 신지역정책의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주민의 부담으로 집행되는 예산의 경우 수혜자가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경우, 돈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농촌에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실제 농민들은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그것은 수혜자들이 과정에 참여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여예산제를 단순히 과정에의 참여가 아니라 주민이 공공 영역의 주인이 되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권력 공유의 과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시카고에서 시민이 참여하여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을 예산투표(budget voting)라고 표현하는 것은 감동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대표자를 뽑는 것만이 민주주의가 아니라, 주민이 원하는 예산을 결정하는 투표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카고의 각 지역 현장에서 개최된 예산투표장도 매우 흥미로웠다. 직접 주민들이 모여서 지역 예산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예산을 결정하여 가는 과정이었다. 지역별로 사업을 조정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교육장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의 프로그램 중에는 민주주의가 협상을 위한 게임의 한 유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게임 민주주의(Game Democracy)가 하나의 주제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마을공동체 운동과 참여예산

분명 세계는 예산을 주제로 하여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추경 예산을 심의하면서 정당 대표와 예결위원의 소견이 강조되고 있다. 의원들 간의 쪽지예산과 나눠 먹기식 예산결정이 폐쇄적인 공간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예산이 권력자의 전리품처럼 거래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국제예산협력기구의 아비바(Aviva) 연구원 말처럼 분명 예산 결정 과정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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