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겸손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덕목이지만, 겸손처럼 지키기 힘든 것도 없다. 그래서 부족한 겸손 뒤엔 항상 교만이 따른다.
교만은 남을 깔보고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반성함이 없고, 쉽게 우쭐거리는 마음을 뜻한다.
이 같은 교만이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가진 자와 배운 자 사이에 팽배해 있다. 외모나 직업, 경제적으로 상대방을 판단, 막말과 위협적인 행동, 욕설은 보통이고 심지어 폭행까지 대수롭지 않게 한다.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교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포스코 이사가 어렵게 얻은 이사직을 고스란히 내놓고 회사를 떠났다. 그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프라임베이커리 강모 회장은 지난 4월 자신의 외제차를 빼달라는 호텔 지배인을 폭행하는 만용에 가까운 교만을 부렸다가 회사까지 폐업했다. 그 회사는 KTX에 경주빵과 호두과자를 납품하던 잘나가는 회사였다. 교만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부와 명예를 패망의 길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는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 점주에게 상스러운 교만함을 보이다가 속해있는 기업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직원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대리 점주를 조폭 수준의 상소리로 자사제품을 납품받을 것을 강요했고, 그런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거만함이라는 앞잡이에 걸려 넘어짐은 물론 직장까지 잃었다.
우리사회에 교만함으로 인한 패망의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지금은 자기 헛것에 매달려 교만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벗어나기 위한 겸손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빈이무첨 부이무교(貧而無諂 富而無驕, 가난하다고 아첨하지 말고 부유하다고 교만하지 말라).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남긴 휘호로 유명하다. 논어에 나오는 글이다. 공자는 제자가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하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미약 빈이락 부이호례자야(未若 貧而樂 富而好禮者也, 가난하면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함만 못하다)라고. 이 시대에 새겨 봄직한 말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