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타고 간 전용기 내부가 공개됐다고 해서 작은 화제다.
공개된 내부가 여느 여객기와 똑같은 그야말로 ‘비행기속’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과연 대통령이 타는 비행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또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보안상 이유로 가려져 왔던 비밀의 공간을 일부나마 눈으로 확인했다는 자족감이 화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제에 비해 내용은 빈약하다. 기내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과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회의하는, 좌석이 개조된 장소가 전부여서 그렇다.
사실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높이는 데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한몫 했다. 나는 백악관, 위성통신,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을 갖춘 하늘의 요새, 공중급유기능이 있어 원하는 만큼 비행할 수 있는 전천후비행기 등등 붙는 수식어만도 수십 가지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대통령 전용기 하면 모두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전용기는 에어포스원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에어포스원은 연간 유지비가 2억 달러를 넘는 전용기인 반면, 우리의 비행기는 대통령의 외국방문 일정이 생길 때마다 대한항공에서 임대, 개조해 쓰는 전용기이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에어포스원은 미국 항공교통관제 호출부호(Call Sign)다. 공군기라면 기종에 관계없이 이·착륙 때 이 부호를 부여했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부터 공군기에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만 부여하는 호출부호로 변경됐고, 전용기 명칭이 됐다.
원하기만 하면 세계 어느 공항에서나 이·착륙이 자유로운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통하지 않는 공항 한곳이 있다.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의 케네디 공항이다. 대통령 전용기 착륙 때문에 타 여객기의 정상적인 운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아예 콜사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유엔본부에 가고자 할 때는 허드슨 강 넘어 있는 뉴저지주의 뉴왁 국제공항에 착륙해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원을 타고 뉴욕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전용기의 힘(?)을 생각할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