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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알아서 “한다”와 “긴다”

어떤 조직이든 아래에서 보좌 또는 보필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알아서 한다”고, 다른 하나는 “알아서 긴다”다.

전자가 긍정적이라면 후자는 부정적이며 비하적이다.

두 가지 모두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여 윗사람 혹은 다른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는 행동을 보일 때 자주 사용한다.

이런 행태는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알아서 긴다”는 공무원조직과 대기업에서 특히 심하다. 윗사람이 한 마디 하면 충성의 도가 과잉을 넘어서기 일쑤다.

그래서 “알아서 기어버린” 직원의 과잉충성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도 종종 발생한다.

반면 “알아서 한다”는 매우 자율적인 면이 내포되어 있다.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며 윗사람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어떻게 보면 고도의 자기 처세술 중 하나인 셈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과유불급(過猶不及)하면 오히려 해를 끼치게 마련이다.

요즘 재정이 파산지경에 이른 용인시의 수지·처인구 주민들 사이에서 올 가을 열릴 한마음 체육대회 취소와 예산 자진 반납을 놓고 “알아서 했다. 아니다”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시의 재정난 해소에 보탬이 되고자 대회 취소와 예산을 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사정은 이렇다.

이번 체육대회와 예산 반납 결정은 구(區)에 속한 읍·면·동 체육회장 등 관계자의 모임인 구별 체육연합회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연합회는 알다시피 관변단체 성격은 띠고 있어도 순수 친목단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연합회 위에는 예산을 배정해 주는 시 체육회가 있다. 때문에 주민들은 그 순수성을 의심하며 “알아서 긴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연합회는 재정난 극복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자발적 취소라 강조하며 “알아서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정난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 있는지, 공무원의 잘못으로 가중되는 재정난을 우리가 왜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를 지적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어딘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이다.

따라서 시는 예산 반납을 무조건 환영할 것이 아니라 “사기 진작과 화합의 장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일부 주민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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