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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병곤 황금종려상, 한국 영화의 저력

젊은 영화감독 문병곤이 단편영화 <세이프>로 칸 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30세인 문 감독은 고작 세 번째 연출 작품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을 거머쥔 최초의 한국인 감독이 됐다.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 못지않은 쾌거다. 문 감독의 <세이프>는 제작비 800만원으로 나흘 만에 찍은 영화라고 한다. 그나마 500만원은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았고, 300만원은 문 감독 자신이 영화사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다. 불법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그린 이 13분짜리 필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두운 궁지에 몰리는 사람들의 현실을 극적 긴장감을 더해 날카롭게 꼬집었다”는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장편 상업영화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 젊은 영화감독들이 단편 부문에서 보여주는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해 윤가은(31) 감독은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손님>이라는 작품으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클레르몽페랑과 더불어 세계3대 단편영화제인 핀란드의 탐페레 영화제나 독일의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도 한국의 젊은 감독들을 해마다 초청하는 등 눈여겨보고 있다. 영화전공자들의 졸업 작품이 이들 영화제에 바로 초대될 만큼 우리나라 젊은 영화인들의 역량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문병곤 감독도 이미 2011년 자신의 대학 졸업 작품으로 칸에 초대된 경험이 있다.

안타까운 점은 젊은 영화인들의 저변이 두터워지고,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지원 체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제작과 배급 시장을 장악한 대자본들은 영화적 상상력이 넘치는 젊은 영화인들을 양성하는 데 매우 인색한 편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체계화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정권에서는 영화의 다양성과 관련해서 정부와 영화인들 간에 큰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 영화계가 작품성을 인정하는 청년 감독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문 감독의 쾌거는 영화의 영역을 넘어 한국 젊은이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열악하고 척박한 풍토도 창의적 재기발랄함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세이프>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갖는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체계를 대폭 보완해 주기 바란다. 문병곤 감독에게는 다시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너무 이른 성공이 오히려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으나, 훌륭하게 극복하고 팬들에게 더 좋은 영화로 보답해 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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