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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 늑대(Guiding wolf), 북미 대륙의 원(原) 주인인 인디언들이 믿는 숲의 정령(精靈)이다. 인디언들은 숲에서 사냥하다 길을 잃으면 그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한다. 그러다 눈을 뜨면 앞에 늑대가 앉아 있는데 그 늑대를 따라가면 길을 찾게 된다.

누구나 인생에 ‘길잡이 늑대’ 한 사람쯤은 품고 산다. 길잡이 늑대는 때론 부드러움으로, 때론 죽비(竹扉)로, 때론 할(喝)로, 때론 묵언(默言)으로 삶을 인도한다.

시인 윤동주에게 길잡이 늑대는 청년 문사(文士) 송몽규다. 중국 연변 용정시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도 사실은 송몽규 생가이기도 하다. 송몽규가 1917년 9월 28일, 윤동주가 같은 해 12월 30일에 태어났으니 송몽규가 3개월 빠른 고종사촌 형이다. 송몽규의 모친인 윤신영이 동주의 부친 윤석영의 누이동생이니. 당시 명동학교 조선어교원이던 몽규의 부친 송창희가 처가에서 살았던 까닭에 둘은 같은 집에서 태어나는 운명을 함께한다.

두 소년이 문학에 뜻을 둔 건 명동소학교 시절부터다. 4학년 때 몽규는 월간잡지 ‘어린이’를, 동주는 ‘아이생활’을 구독한다. 당시 몽규의 학급은 문학소년반으로 유명했다. 담임교사의 지도로 월간잡지 ‘새명동’을 자체 발간할 정도였으니 몽규의 문학적 소양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몽규는 은진중학교 시절인 1934년 12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콩트 ‘술가락(숟가락)’이 입선돼 등단, 동주의 문학열을 자극한다. 결과적으로 동주를 ‘서시(序詩)’의 민족시인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길잡이 늑대.

3개월 간격으로 같은 집에서 태어난 두 청년 문사의 운명은 명동소학교, 대립자 현립1교, 용정 은진중학교, 서울 연희전문학교, 일본 유학시절로 이어졌고 몽규가 동주보다 먼저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연행돼 1945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나란히 옥사(獄死)하기까지 비극으로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두 청년 문사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아직 연변의 주민들은 그들이 인체실험의 도구로 쓰여졌다고 믿고 있었다. 몽규와 동주, 그들의 삶은 여전히 민족의 가슴에 남아있고 죽음은 미스터리다.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일제(日帝)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대한민국 사학계의 주류라고 불리는 이들이 여전히 일제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송몽규처럼 사라져가는 선혈(鮮血)을 복원하는 일, 언론의 과제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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