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정현종 시인(64·연세대 교수)이 '갈증이며 샘물인'(1999) 이후 4년 만에 시집 '견딜 수 없네'(시와 시학사 刊)를 내놓았다.
지난 2001년 제1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견딜 수 없네'를 표제작으로 하는 이번 4집에는 지난 4년간 시인이 써 온 59편의 시가 실렸다. 첫 시집 '사물의 꿈'에서 드러난 시인 특유의 노장적(老莊的) 인식이 이번 시집에도 강하게 드러난다. 삶과 세계와 시가 하나라는, 자(自)와 타(他)의 경계가 지워진 풍경들을 시편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굴들 지워지고/모습들 저녁 하늘에 수묵 번지고/이것들 저것 속에 솔기 없이 녹아/사람 미치게 하는/저 어스름 때야말로 항상/나의 명함이리!"('나의 명함'중)
서로 섞이고 물들어 경계가 무너진 정경을 시인은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생명 가진 것의 교호를 알아챈 데서 출발했다.
"생명은 그래요/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비스듬히' 중)
시인은 '경청'하지 않는데서 불행이 싹트는 만큼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경청하라고 비교적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평론가 김주연씨는 "시인에게 견딜 수 없는 것은 '사람의 일들'이며 '변화와 아픔'과 같은 소박한 것 뿐"이라고 평한 바 있는데, 노시인은 변화의 덧없음과 무심함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시인은 1972년 '사물의 꿈'을 출간, 본격적인 시작활동에 나섰으며 생명과 사물을 모티브로 한 시들을 발표했다. 이산 연암 현대 대산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130쪽. 9천원.
정수영 기자 jsy@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