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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초여름의 서정

 

모내기를 시작한 무논은 개구리 울음소리로 시끄럽고, 월담하는 붉은 장미 틈에 끼인 찔레꽃이 석양에 풋풋해 보인다. 푸른 것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깃들고 도시를 떠나 바다로 향하는 마음은 영락없이 초등학교 때 소풍 전날의 설렘 같다.

달의 날짜에 맞춰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날을 골라 남편 친구 내외와 서해안으로 해삼을 잡으러 갔다. 랜턴과 장화 그리고 해삼 담을 통을 하나씩 들고 물 빠진 바다로 향했다. 보름이라지만 구름에 가려진 달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랜턴 움직임에 따라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넓은 바다를 뒤져 해삼을 줍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반신반의 하면서 물 빠진 바다 밑을 살폈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성게였다. 바위에 붙어 있는 성게를 떼어낼 때 기분이 짜릿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삼이 보였다. 물속에 조금의 미동도 없이 있는 해삼, 언뜻 보기에는 돌 같았다. 해삼을 보는 순간 ‘심봤다’ 하고 외쳤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해삼. 여기저기서 해삼을 잡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썰물을 따라 일행은 바다로 들어갔고, 그 물이 다시 들어올 때 물을 따라 나왔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해삼과 성게 그리고 꽃게도 몇 마리 잡았다. 바다 밑은 온통 돌과 바위로 되어있었다. 넘어지고 굴 껍질에 찔리며 몇 시간 작업한 수확이 꽤 짭짤했다. 숙소를 정하고 소주를 곁들여 먹는 해삼의 맛은 일품이었다. 바다를 통째로 먹는 맛이랄까. 해삼의 오독오독한 맛과 짭짜름한 바다 맛, 입안에 번지는 향이 초여름의 맛이랄까.

한때 원유 유출 사고로 몸살을 앓던 바다가 다시 살아나 바다 생물들을 키우고 그 속에 해삼과 성게가 자라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신기한 일인가. 사고가 발생하고 얼마 후 찾은 바다는 참으로 참혹했었다. 해안선과 돌에는 기름이 잔뜩 묻어있고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려는 이곳 어민들과 온 국민의 필사적인 노력이 바다를 되살렸고 건강하고 깨끗한 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그 바다에서 잡은 해삼을 먹는다는 것이 가슴 벅차기도 하고 사소한 부주의가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불어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밤이 늦도록 담소를 나누었다.

날이 밝고 바다는 평온했다.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를 따라 갈매기가 앞장을 섰고 우리 일행도 수목원을 지나 좀 더 안쪽의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인적이 드문 때문인지 태곳적 모습 그대로 간직한 듯 고즈넉하고 깨끗하던 이곳, 서해안에도 이런 곳이 남아있음에 올 때마다 감탄하던 곳이 불과 몇 년 사이 텐트촌으로 바뀌었고 부대시설물이 즐비하게 생겼다.

변한 모습이 얼마나 아쉽고 서운하던지 아지트 하나를 빼앗긴 듯했다. 물론 많은 사람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편하게 머물다 가는 것도 좋지만 지킬 것은 지키고 보존할 것을 보존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배려이지 않을까.

원유 유출로 몸살을 앓던 바다가 모두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것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소중히 가꾸고 지키는 일 또한 우리의 몫이다. 해변 둔덕 환하게 피어있는 해당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수평선을 바라본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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