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 21일 협동조합 비전 선포식을 갖고 협동조합 발전에 적극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협동조합 운동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나 새로운 흐름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욕을 일단 높이 평가한다. 특히 경기대, 한경대 등 도내 6개 대학 및 대학교수와 협동조합 전문가 20명으로 멘토 지원단을 꾸렸다는 점이 돋보인다. 청년층에 협동조합의 가치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가 뚜렷이 드러난다. 멘토 지원단에 참여한 대학들은 청년리더 육성을 위해 각 대학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세계 협동조합의 최고 성공사례로 알려진 스페인 몬드라곤의 경우도 애초 시작은 청년들의 기술학교였다. 호세 마리아 신부가 세운 기술학교 졸업생 5명이 1956년 울고르라는 협동조합을 처음으로 설립하고 석유난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몬드라곤협동조합기업은 제조업과 생활협동조합은 물론 교육과 서비스, 금융까지 아우르는 120개 협동조합의 연합체로서 10만명이 넘는 노동자의 일터다. 울고르는 주방제품의 세계적 브랜드인 파고르(FAGOR)로 성장했다. 청년과 대학에서부터 협동조합 비전을 펼쳐나가기로 한 경기도의 구상도 이처럼 좋은 결실을 거두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협동조합 발전에 있어서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협동조합의 본디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출발부터가 자조적이고 자생적인 사업체이자, 민주적 경제를 지향하는 운동체다. 단순히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한 형태라거나, 설립하기만 하면 전도유망한 사업 수단으로 호도돼서는 곤란하다. 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일은 이러한 협동조합의 의의와 가치를 제대로 알려 나가는 것이고, 자생적 자조적 협동조합들이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일시적 붐에 편승하는 방식으로는 장기적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설립된 협동조합이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지역경제 생태계를 사회적 협동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몬드라곤 울고르의 경우도 초기에 생산한 난로는 조악했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만든 것”이라면 구매해준 지역공동체가 존재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에 관한 교육과 이해는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시민들에게도 필요하다. 법제도적인 미비점 역시 꾸준히 고쳐나가려는 자세도 요청된다. 현재까지 설립된 도내 협동조합은 161개다. 향후 양적 질적 비약을 이룰 수도 있고, 일시적 바람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도가 이번에 선포한 비전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