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익산문화재단과 문화원 사람들이 수원시를 찾았다. 수원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수원문화원이 진행하는 ‘지역문화예술교류’ 프로젝트였다. 두 도시는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의 아픈 역사가 남아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수원은 수여선과 수인선이, 익산은 군산선이 존재했다. 이에 수원과 익산은 역사를 공유하기 위해 상호 교류키로 하고 철도의 흔적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수인선과 수여선, 그리고 군산선은 폐선된 지 오래다.
익산에서 출발해 군산으로 이어지던 군산선은 쌀을 수탈하기 위한 철로였다. 생산량의 60%에 해당하는 미곡이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송출됐다. 수인선 역시 곡물과 해산물, 소금 등을 인천으로 운송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한 철로였다. 식민지 수탈을 위해 내륙과 항구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이었다는 점에서 두 노선의 역할은 비슷하다. 수인선은 국내 유일의 협궤열차였다. 1937년 개통되어 1995년까지 수원과 인천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서민들의 향수와 낭만을 간직했던 수인선엔 모두 17개의 정거장(임시정류장 포함)이 있었다.
수인선이 운행될 당시 재미난 일화도 많았다. 거짓말 같지만 건널목에서 1t 트럭에 받혀 뒤집어진 이야기, 빗물에 쓸려 떠내려간 이야기, 언덕길에서 승객들이 내려서 걸어간 이야기 등 일화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수인선 협궤열차가 사라진 지금 그 흔적들은 거의 사라졌다. 경북 가은역사는 등록문화재 제304호로 지정되어 철도 역사의 건축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건축적·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군산선의 춘포옥, 임피역, 옛 군산역 등도 보존되어 탐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데 반해 수인선의 자취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아 있는 역사는 어천역, 송도역과 남인항역뿐인데 어천역의 경우는 민가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수인선에 남아있는 흔적은 고색·오목천동 지역 잔선과 오목천 철교, 화산터널, 어천역사, 빈정철교, 고잔역 잔선, 소래철교, 송도역사, 남인항역사 등이다. 그나마 일부시설은 머지않아 도로나 도시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비록 일제의 수탈을 목적으로 개설됐다고는 하나 수인선은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근대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수인선은 나머지라도 보존돼야 한다. 관광상품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를테면 수원시 고색·오목천동에서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까지 잔선을 보수해 철교, 터널을 활용한 레일바이크를 만들어 운행한다면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함께 아주 좋은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간이역사를 복원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에 앞서 우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