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의 피겨스타 ‘안도 미키’가 엊그제 출산을 고백해 화제가 됐다. 미혼모가 된 사실에 대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여자로서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다. 왠지 찡하다. ‘생명의 소중함, 엄마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용기 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반면 한 사람의 여성으로 살고 싶다는 제멋대로의 결단이다. 아직 미혼인데 아이 아버지도 공개하지 못하는 건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이를 생각해 보았는가 등등 부정적인 반응도 상당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싱글맘(single mom)을 보는 시각은 비슷한가 보다. 아이를 혼자 갖는 것도 아닌데 낳은 사람임에도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리니 말이다. 싱글맘은 이혼을 하거나 독신인 여성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혼자 양육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미혼모, 즉 싱글맘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회·문화적인 편견에 의해 미혼모를 보는 부정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남자의 존재를 배제한 채 미혼모에게만 책임을 묻는 이중적인 성규범을 적용함으로써 그들에게 많은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게 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사회단체를 비롯 정부에서도 이 같은 고통 경감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개선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미혼모를 부르는 명칭만 보더라도 그렇다. 최근에는 미혼모보다 포괄적 용어인 ‘한부모’로, 또 국립국어원은 2008년 싱글맘을 대신할 우리말 순화어로 ‘홀보듬엄마’를 선정하기도 했다. 정신적 고통을 덜게 해줄 일종의 배려였다. 하지만 보편화 되지 않고 있다.
‘아비 없는 자식은 호래자식’이라는 못된 편견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병폐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호래의 어원은 호노(胡奴)다. 오랑캐의 노비라는 뜻이다. 그가 낳은 자식이니 비하도 이런 비하가 없다. 그런가 하면 병자호란 때 포로로 끌려간 여인들이 고향에 돌아와 아비 없이 낳은 자식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이처럼 욕설에 가까운 편견이 남아 있으니 싱글맘을 보는 시각이 변화 하겠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