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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개성공단 정상화 첫발은 뗐으나…

남과 북이 가동중단 95일 만에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폐쇄 수순에 들어갔던 개성공단이 회생할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 것이다. 16시간에 걸친 밤샘 마라톤회담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낸 남북 회담대표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남북의 모든 창구가 끊어진 상태에서 작지만 소중한 신뢰의 소산을 일구어냄으로써 남북관계 전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계기를 잡은 점을 높이 평가한다. 무엇보다도 지난 3개월여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입주기업들이 한숨 돌리게 된 것만 해도 여간 다행이 아니다.

사실 4개항으로 된 실무회담 합의서는 상식적인 수준의 평범한 문안이다. 남측 기업 관계자 등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설비점검과 정비를 진행하고, 남측 기업들이 완제품과 원부자재 및 설비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하며, 출입 인원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10일 후속 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 전부다. 입주 기업들이 그간 간절히 원했던 내용들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합의문을 끌어내는 데 16시간이 필요했다. 그나마도 재발방지 보장에 역점을 두었던 남측과 장마철 설비점검을 최우선 의제로 삼았던 북측이 일정 정도 양보를 통해 절충을 이뤄냈기에 합의가 가능했다.

남북 모두 자신들의 원칙에 집착하지 않은 결과다. 이번에도 그랬더라면 지난 6월 초 상황이 되풀이되었을 것이다. 당시 양측은 회담대표의 격 문제를 고집하다가 마주 앉아보지도 못했다. 다행히 개성공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양측의 절박감과 대화국면 전환 계기를 바라는 국제적 압력이 복합작용하면서 남북이 이전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남북회담은 대화 상대방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부터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간 남북이 숱한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진리다.

행여 개성공단이 재가동 정상화 되더라도 다시는 공단 밖의 문제로 공단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을 다른 문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도 남북 모두에게 큰 손해다. 폐쇄 위협을 시작한 북이나 인원 철수라는 강수를 둔 남이나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는 10일 열릴 후속회담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아직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무회담에서 서로 양보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듯이, 후속회담에서도 실리와 실용의 정신으로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 주기를 당부한다. 원칙을 지키되 유연함을 잃지 말아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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