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통해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권문세도를 누려오면서 절개와 지조를 지킨 이들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변절하거나 후대에 부끄러운 일면을 남겨놓은 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여러 외침으로 군란과 정변들이 있을 때 나라를 지켜야 할 교목세신들이 썩은 고기 냄새에 개미 때 달라붙듯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날뛰는 일들은 그리 오래지 않은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아주 가까웠던 일제하에서만 보아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정조대왕의 시(詩)에 ‘喬木白江宅 文衡家宰孫 出爲關西伯 休忘二字言’이 있다. ‘교목세신 백강의 집이 대제학 이조판서의 손자로다. 평안도 관찰사 되어 나가니 두 글자의 말을 잊지 말게나’ 하였다. 교목세신에게 내린 흔치 않은 임금의 시다.
정조는 이휘지란 신하에게 이 시를 내렸는데 ‘向陽之地 向陽花木’으로 가장 신임이 두터웠다. 그것은 여러 대를 걸쳐 중요한 벼슬을 지내면서 나라와 운명을 같이한 집안이었다. 시 내용 가운데 두 글자란 정조가 가장 사랑한 백성들의 平安(평안)이었으니 우리에겐 이러한 임금의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