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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기성용과 SNS

 

나는 SNS라 이름 붙인 건 하는 게 없다. 초창기부터 지인들이 해보라고, 소통의 예술이라고 부추겼지만, 소통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 소통이 나하고 맞지 않아서 선택하지 않았다. SNS와 함께 성장한 아이들은 모든 것을 SNS에 올린다. 식당에 가서도 사진을 찍어 올리고, 화가 난 일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올리고, 일기도 SNS로 쓰기도 한다. 연인에게 받은 선물, 연인과의 사진, 연인과 헤어진 심정도 SNS에 올린다. 저게 노출증이지, 싶은 일도 SNS 세대에게는 생활이다. 생활이라는데 어떻게 뭐라 할 것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나중에 다 증거로 남아 너희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SNS에 올릴 때는 잠시, 1년 뒤, 3년 뒤, 10년 뒤를 생각하고 올리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 말이 귀에 들어오면 젊은이겠는가. SNS의 소통이 중요한 일상이 된 아이들은 SNS와 함께 울고 웃는 숙명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젊은 기성용 선수가 SNS 때문에 또 구설수에 올랐다. 감독이 절대적인 축구에서 대선배 최강희 감독을 비아냥거리며 비난한 것이다. 자신이 올린 글이 문제가 되자 기성용은 곧바로 사과했다. 모두 자신의 불찰이라고, 공개의 목적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전해졌고, 그 점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공개사과를 한 것이다. 분명히 불쾌했을 최강희 감독도 어떤 선수도 미워한 적이 없다며 대선배답게 깔끔하게 용서했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편애를 받게 되기도 하고 편애하기도 한다. 이유도 모른 채 미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괜히 누군가가 꺼려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인간은 편애할 권리를 갖는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조직이 드러날수록 ‘편애’도 책임져야 한다. 최강희 감독이 이동국 선수를 편애했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그것을 편애라고 한다.

분명 최강희의 에이스 이동국 선수는 괜찮은 선수였다. 그런데 월드컵 예선전에서 그는 분명히 무엇인가에 쫓기는 것 같았다. 하긴 그 부담감을 누가 제대로 이해한다고 하겠는가. 누구보다도 빛났던 그가 2002년 월드컵 때 뛰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매번 월드컵 때마다 이래저래 빠지는 그의 불운을 지켜본 팬으로서 이번에는 그가 기를 펴기를 기원했었다. 그런데 그의 무대는 시원하지 않았다. 언제나 반발 늦는 듯한 느낌! 아마도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나 커 그라운드를 편히 누비지 못한 것 같았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빛나는 타이틀이 저리도 빛바랠 수 있나싶게 맥이 빠진 건 나만이 아니었으리라. K-리그에서 그렇게 잘 뛰는 이동국 선수가 세계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생각하기도 했다. 혹 자기를 빛나게 하는 ‘자기 무대’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어쨌든 뚝심의 아이콘이었던 최강희 감독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사표를 내게 된 것도 아쉬웠는데, 거기에 기성용이 SNS를 통해 던진 말이 드러나면서 더 시끄러워진 것이다. 축구협회는 기성용 선수가 자기 말을 시인함에 따라 징계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단다.

분명 기성용 선수가 잘한 일은 아니다. 아니,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이 있지 않았나. 내 관점에서 부당한 일에 대해 화를 참지 못하고 불끈했던 젊은 날이. 더구나 그 글은 만천하에 공개한 글이 아니라 본인이 지정한 이들에게만 공개가 되는 비밀계정이었다. 그 일기장 같은 글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지탄을 받은 것이다.

그럴 줄 몰랐냐고 훈계하기 전에 비밀계정을 공개하여 논란을 만든 사람의 행동을 문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전해서 이간질시키는 인간은 친구들 사이에도 자연스레 왕따가 되는 법인데. 그런데 그것을 바탕으로 징계를 논의한다면 축구협회가 웃기는 조직이 되는 건 아닌지. 나는 공개사과를 한 기성용 선수가 정식으로 최강희 감독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어야 하는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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