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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사랑하는 후배의 모친상

 

지금 당신은 지인들의 슬픔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지난 일들을 후회하게 마련이다. 더 잘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늦기 전에, 너무 늦기 전에 후회 없이 사랑을 주고받자.

얼마 전 대학원 후배의 모친상을 다녀왔다. 벌써 그와 인연을 맺은 지 22년이 되었으니 세월이 많이 지나갔다. 세월을 돌아보면 아쉬움과 기쁨, 추억이 묻어나게 마련이지만 후배를 처음 접한 것은 그의 동생 때문이다. 필자보다 열한 살이 적은 그의 동생은 통신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그 통신사에 방문했다가 친절함에 반해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이후로 그는 1년 혹은 2년에 한 번 꼴로 필자에게 자신의 근황을 전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친남매처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느 해이던가? 회사를 그만둔 그는 식당을 운영했고,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그 식당에 방문하면서 그의 어머님과 오빠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그의 집안은 넉넉하지도 않았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의 작은오빠는 필자가 다닌 대학원의 후배가 되었고, 큰오빠는 일정한 직업이 없어서 방황해야 했다. 일찍이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그의 어머님께서는 작은아들에게 온 정성을 다해 공부시켰다. 후배는 영특했고 성실한 사람이라서 공부도 곧잘 했다. 하지만 후배에게 찾아온 운명은 가혹했다. 후배는 인내와 의지가 강했으나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뜻하지 않게 삶의 행로가 엉켜버린 것이다.

세상 모든 어머님들은 자식에게 효도를 바라기보다는 자식이 잘되기를 먼저 바랄 뿐인데, 후배의 어머님 역시 그러셨다. 하지만 후배는 결혼까지 했으나 이혼을 했고, 잘못된 결혼으로 삶의 궤도가 흐트러져 버렸다. 여기에 큰아들마저 무위도식하는 삶을 살아가자 후배 어머님의 허리는 끊어져 갔다. 어머님 역시 강한 의지와 신념이 있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통닭 배달을 하셨지만 가슴 속에서는 눈물이 마르지 않으셨을 것이다.

세월은 지났지만 후배는 이혼하고 나서 어디론가 떠나 돌아오지 않고, 그의 큰형은 기획사에 일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안정된 생활도 결혼도 못하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후배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사랑을 주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아 후배 모친의 영전 앞에서 면목이 없었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 있을 때 후배 동생의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모친께서 운명하셨다고 한 것이다. 필자는 슬픔과 함께 안도의 마음도 들었다. 사실 후배의 모친은 평생 동안 가난과 병마와 싸워 오셨다. 그러한 탓에 전신의 몸이 사람의 몸이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어머님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응급실과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차도는 없었고, 후배와 그의 형이 불안정하게 지내는 탓에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식도 없이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시는 어머님을 지켜보며 차라리 일찍 하늘나라로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나마 후배의 동생이 믿음직한 신랑을 만나 결혼해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후배를 위로하기 위해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었다. 필자는 장례식을 치르는 3일 내내 빈소에 다녀왔지만 그 크나큰 슬픔을 어찌 달래줄 수 있겠는가. 후배는 꼼짝하지 않고 상념에 잠겨 있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후배에게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나타났느냐고 호통을 쳐주고 싶었지만 후배의 표정에는 그 많은 세월의 정한이 담겨 있었다. 필자 역시 그동안 더 많은 도움을 못준 것이 한없이 미안했다.

발인 날 아침, 후배의 어머님을 태운 버스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고개 숙여 편안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다. 삶이란 무엇인가? 어렵사리 공부시킨 후배가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시지 못한 탓에 어머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도 편히 계시질 못할 것 같다. 좀 늦었지만 후배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이 가족처럼 보살펴 주어야겠다. 영면하신 후배 어머님이 하늘나라에서만큼은 그 많은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편안히 계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