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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막말 정치와 한국정치의 품격

 

최근 계속되는 막말정치로 정치가 혼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귀태’ 논란으로 촉발된 여야의 대립은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국정조사와 국회일정을 파행으로 이끌고 간 바 있으며 급기야 최종 당사자인 대통령이 정치인의 언어사용에 대해 신중함을 주문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정치에서 막말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자행되어 왔다. 그러나 작금에 전개되는 막말정치는 이전보다 더 저급한 표현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이나 독재정치 시대에도 없었던 현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것을 통제할 어떤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있으나 이 위원회는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한 지 오래이며 각 정당의 자기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조치로 유명무실하다.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치인의 첫째가는 덕목이자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다. 정치권에서 이해관계의 갈등이나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격렬한 논쟁은 그것들이 끝나면 잊히지만 예의를 저버린 막말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사람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막말정치에 비춰진 한국정치의 자화상은 일그러져 있으며 정치인들은 그것을 보기가 부끄러워야 한다. 그들의 자화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부끄러워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정치인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정치인들은 과대망상에 빠져 누가, 무엇을 말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이제 국민들은 그들이 누구이고 말의 내용이 무엇인가보다는 ‘어떻게’ 말하는가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정치인의 입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본말이 전도된 세상은 정치인들이 만들어냈다. 작금의 막말은 두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대선결과에 대한 이의제기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그 자체로서 중대한 국기의 문제이고 철저하게 파헤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줄 세우기 내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정치개입은 공적기관인 국가정보기관을 사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며 묵묵히 음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림으로써 그 자체로서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며 정보기관 수장의 리더십을 파탄 나게 한다. 그러나 국정원 일부의 대선개입이 대선의 결과와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켰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댓글달기를 통한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대선결과는 별개인 것이다. 이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 신생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고, 그것을 다시 현직 대통령의 부친 문제와 연계해 현직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로 부각시킨 것이다. 2세 정치인은 부모의 정치적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승계하는 것이 숙명이며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부모는 우리 선택영역에 있지 않으며 2세는 독립적인 인격적 주체이다. 한국정치에서 연좌제식 인신공격과 비방은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수렁과 같다. 합리적 근거가 없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과 매도, 논리적 비약과 추론은 상생과 공존을 위한 기본적 토대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여성들에 대한 비하와 성희롱 발언은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단골메뉴이다. 며칠 전 어느 국회의원의 서부총잡이, 붕어빵, 여성의 임신이라는 세 가지의 공통성에 대한 발언은 동석한 여성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분노할만한 저질발언임에 틀림없다. 이를 두고 대척점에 서있는 당은 비난을 퍼부어대지만 과연 그 당이 그럴 만큼 당당한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그 당은 훨씬 더 많은 유사한 사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성희롱 사건은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모르는 야만적이고 왜곡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과연 국민을 대표하는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정치인의 품격은 그의 말을 통해서 드러나고 한국정치의 품격은 정치인의 언어사용에서 드러난다. 정치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풍자와 막말은 다르다. 막말은 사람의 심성을 어지럽게 만들며 갈등을 유발하듯이 정치인의 막말은 한국정치를 후퇴시키며 정치혐오증을 부추긴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 선량들은 막말 대신 절제된 언어사용으로 우리정치를 업그레이드하고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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