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에만 머물러 있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은 물론 공직세계에서도 해외연수는 필요하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글로벌 행정, 선진 행정서비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백번의 교육보다 단 한번의 외국 선진지 견학이 훨씬 효과가 높을 수 있다. 선진국의 일류행정과 기반시설 등을 직접 체험하고 공부한 공직자들의 행정 마인드는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공직자들의 해외 연수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들과 함께 지방자치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연수도 같은 선상에서 동의한다. 실제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경기남부지역 시의회 의장들의 이른바 ‘해외연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일까? 경기남부권의장협의회장인 하만용 화성시의회 의장을 비롯,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 이우현 용인시의회 의장, 이희태 평택시의회 의장, 이동재 안성시의회 의장과 각 시의회 소속 공무원 등 모두 15명은 지난달 29일 4박5일 일정으로 몽골 연수에 나섰다. 연수 여행 취지도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 견학을 통해 현재 화성시가 유치하려는 자연사 박물관 계획에 참고하려 했다는 해명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럴 수 있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때를 잘못 골랐다는 것이다. 경기도 지방의 집중호우로 주민들이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고 공무원과 주민, 자원봉사자들의 피해 복구 작업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타 지역 봉사자들도 아침 일찍부터 버스 안에서 빵 한 조각이나 김밥 한 줄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면서 먼 길을 달려와 복구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주민을 대표한다는 시의회 의장들이 무더기로 해외로 떠난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해외연수는 외유성이란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일정의 대부분이 관광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정을 살펴보자. 몽골시의회 방문 등 공식 일정도 있지만 몽골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테를지국립공원 및 박물관 방문, 문화탐방, 승마체육 시설 체험, 민속공연 관람 등 대부분 관광으로 짜여 있다. 더 큰 문제는 의장들의 외유 비용이 전액 시민의 세금이라는 데 있다. 처음에 남부권의장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연수와 관련해 의장단이 회비를 갹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게 거짓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의장 1명당 매월 20만원씩 부담하는 회비는 의장 개인의 사비가 아닌 시 예산으로 편성되고 있었다. 전 도의회 의장의 거짓말 사건이 기억에 생생한 판에 또 거짓말이라니… 이들이 귀국하는 대로 시시비비를 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