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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조용필이 간절하게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를 불렀을 때, 그 당시 중고등학생들은 열광했다. 처음으로 교복 입은 소녀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 촛불은 그러니까 안타까운 사랑의 기원이었다.

지금 다시 촛불이 화제다. 지금 우리에게 촛불은 무엇일까? 촛불이 무엇이기에 보수세력들은 민주당이 ‘촛불 세력’과 손잡으면 국민의 지지를 잃는다고 조바심을 내는 것일까? 마치 민주당을 위하는 것처럼. 그나저나 민주당이 지금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한 것일까? 나는 생각한다. 민주당의 문제는 촛불 세력과 손잡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촛불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촛불은 기원이며 성찰이다. 루브르박물관에 가면 그 촛불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이 있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등불 아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다. 내가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보다도 좋아하는 그림이다. 그 그림은 막달라 마리아가 왼손을 턱에 괸 채 작은 촛불을 응시하는 그림이다. 그 그림의 매력은 마리아의 오른손에 있다. 오른손으로 그녀는 해골을 만지고 있는데, 그녀의 태도에서는 한 치의 두려움도 읽을 수 없다. 해골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것처럼 그녀의 손이 자연스럽게 해골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젊은 마리아가 해골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막달라 마리아는 열정적으로 예수를 사랑한 여인이다. 값비싼 향유로 예수의 발을 씻긴 여인이고, 부활한 예수를 처음으로 보고 처음으로 경험한 여인이기도 하다. 부활한 예수가 마리아야, 하고 불렀던 그때 그 순간을 경험한 여인인 것이다. 그 완전한 교감으로 마리아는 해골 위에 손을 얹고 촛불을 응시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것이라 믿는다.

촛불을 켜고 촛불을 응시한다는 것은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보다 중요한 것을 찾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무상하고 허무한 해골은 ‘나’의 미래이고, ‘나’는 해골의 전생 아닌가. 그 무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내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비겁하게 잘 사는 것보다 당당하게 사는 것을 선택하고,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기보다 촛불에 씻긴 눈으로 내면을 응시하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 우리의 사회적 촛불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미군이 몬 장갑차에 깔려 효순이와 미선이가 참담하게 세상을 떠나고 그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은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라며 억울한 죽음에 대한 벌을 요구하고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를 “위험한 반미”로 치부했었다. 제 국민도 지키지 못하는 국가가 무슨 국가냐고, 우리 국가는 미국이 파견한 총독부냐고 저항하는 이들을 국가의 안보에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고 밀어내려 했다.

그때 그런 발상이 먹히지 않았던 것은 “젊은 민심”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으로 민족적 자부심을 회복한 젊은 민심이 “반미는 안 된다”며 효순이·미선이 죽음을 계기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불길하게 해석하려 한 그 세력에 대해 따뜻한 촛불시위로 대응하면서 민족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8년, 또다시 촛불이 광화문을 메웠다. 그때 가장 먼저 촛불을 켠 사람들은 어른들이 어리다고 믿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그 여린 손들이 순수하게 전해준 촛불이 20·30대 청년들에게,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착한 모성들에게까지 번져가 광화문을 메우고 전국 각 도시를 메우며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실을 비판해간 것이다. 그때 촛불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존감이었다.

촛불은 자존심이고, 진심어린 기원이다. 그럴 때만 촛불은 힘이다. 아무 것도 없는데, 촛불로 세력을 만들고자 하는 자의 촛불은 번져가지를 않는다. 사람들은 진심이 아닌 것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촛불이 세력이 될 정도로 번져갈 경우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성찰하려 해야지, 누르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불의 속성상 더 타오르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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