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이영숙칼럼]두 개의 사건 속에 숨겨진 ‘비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307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꼬리와 날개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동체 대부분이 불탄 아찔한 상황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3명의 사상자 외에 추가 희생자가 없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항공기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의 규모는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얼마나 빨리 대피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승무원들은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매년 179시간의 강도 높은 안전 훈련과, 90초 내에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90초 룰’의 행동요령을 교육받아 왔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고 여객기 안에서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다리를 다친 12세 어린이를 업고 500m를 달리는가 하면, 다친 몸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려 안간힘을 쏟았다.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 승객은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비행기를 빠져 나갈 때까지 승무원들이 기내에 남아 있었다.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직후 비행기가 폭발하고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책임감이 가른 생사의 길

승무원들의 가장 큰 책임은, 비상상황에서 사고 발생을 대비하는 것이다. 둘째가, 기내에서의 안전 활동이고, ‘기내에서의 서비스 제공’은 그 다음이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헌신적인 구조 활동으로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여 최악의 위기를 최소한의 인명피해로 돌려놓았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잘 극복한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와는 반대로, 충남 태안군에서는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여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실종 하루 만에 전원 숨진 채 발견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캠프를 운영한 곳은 청소년 수련시설과 수상레저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하지 않은 재하도급 기관이었고, 현장에 있던 교관 2명도 인명구조사 자격증이 없는 임시직이었다.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돈벌이에만 매달린 사설업체의 무책임한 ‘총체적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사고 생존자인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학생 90명을 통솔하는 교관은 앞·뒤에 단 2명뿐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학생들이 물에 빠지자 교관들이 당황하여 “친구들을 구하지 않고 호각만 불어대면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했다”고 전했다. 전문 교관도, 인솔 교사도 없는 상황에서 어른들의 무책임함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불러왔다.

책임감이란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끝까지 맡아서 잘 수행하는 태도(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엄청난 위기상황을 지혜롭게 잘 극복하느냐, 아니면 더 큰 비극을 낳느냐는 책임감의 성품으로 달라진다.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올만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승무원들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덕분에 그나마 더 이상의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하고 조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병대 캠프 사건은 책임감의 부재가 불러온 참담한 비극의 단면이다.

개인의 좋은 성품이 최악 막아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은, 그의 저서에서 현대를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라고 정의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위험요소도 증가하여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칠지 예측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다. 이런 현대 사회에서, 삶의 질과 행복의 크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좋은 성품을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좋은 성품이란, ‘갈등과 위기의 상황에서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감정, 더 좋은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영숙, 2100)이다. 성품 좋은 개인이야말로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에서 주변을 살리고 위기를 돌파하는 핵심동력이 된다.

사건 속에 숨겨진 비밀의 열쇠는 바로 좋은 성품이다. 책임감이야말로 최악의 위험과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키가 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