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에서 시작해 중복을 지나 말복까지, 올 여름 하이라이트 복날 시리즈가 오늘 종료된다. 복날은 가고, 세월도 함께 가면서 시간은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삼복더위를 제압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들을 동원했다. 복날 먹는 음식하면 어린아이들도 아는 삼계탕을 비롯한 갖가지 탕(湯)종류와 수박 한통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이런 음식으로 ‘복달임’을 한 뒤 서기제복(暑氣制伏), 즉 “여름의 더운 기운(暑氣)을 제압, 굴복(制伏)시켰다”며 나름의 위안을 찾기도 했다.
세시풍속의 의미를 담고 삼복이 이처럼 지나가는 동안 올해도 ‘개나소나 콘서트’ 또한 어김없이 열렸다. 많은 사람이 세시풍속을 즐기는 다른 한편에선 복달임으로 희생당한 무수한 동물들의 영혼을 달래 주는 음악회가 열린 것이다. 다변화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초복인 7월 13일과 말복을 앞둔 지난 8일 경북 청도에서 열린 콘서트는 올해로 다섯 번째였으며 1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8일에는 반려견의 주인들과 유명한 청도 싸움소의 주인들을 함께 초청, 음악회를 열었다. 복날 죽은 동물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콘서트가 진짜 개나소나 콘서트로 바뀌어 재미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서양에도 우리나라의 복(伏) 같은 가장 더운 날을 지칭하는 날이 있다. ‘개의 날(Dog Days)’이 그것이다. 시리우스라는 별은 태양보다 23배 정도 더 밝은 별이다. 태양보다 약간 크고 온도도 상당히 높다. 이 별의 이름은 큰개자리에 속하는 별이어서 영어로 Dog Star라 부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별과 태양이 동쪽 하늘에서 나란히 떠오를 때를 한 해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시기가 가장 더운 때이며 태양과 밝은 별이 함께 뜨기 때문에 더워지는 것이라고 여겼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런 시기를 ‘개의 날’(dog days)이라는 표현을 했고 지금도 서양에서 가끔씩 사용한다.
동서양 모두 가장 더운 날이 개(犬)와 관련이 있어 흥미롭다. 하지만 복날이 가면서 이런 흥미도 점차 사라질게 뻔하다. 태양과 함께 시리우스도 뜨고 지기를 반복하면 숨이 막힐 듯한 여름도 지나가고, 견딜만한 서늘한 계절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