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옆집과 아래·윗집을 이웃사촌이라고 부른다. 멀리 있는 형제나 친척보다도 실질적으로 더 가깝고 무슨 일이 있을 때 즉각 도움을 준다. 그야말로 콩 한쪽도 나눠먹는 사이로서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이고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어떻게 사는지 훤히 알고 지낸다. 이런 관계 때문에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이웃사촌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 윗집이나 아랫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얼굴도 잘 모르고 서먹서먹한 이웃 간엔 곧잘 층간소음 문제로 말싸움이나 폭력을 넘어 살인·방화사건까지 발생하니 이런 경우엔 이웃이 아니라 차라리 ‘원수지간’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올해만 해도 층간소음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지난 2월엔 서울에서 이웃과 다툼 끝에 흉기 사고로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3월엔 대전에서 50대 남성이 살인미수로 체포됐다. 5월엔 인천에서 홧김에 불을 지른 사건도 일어났다. 끔찍한 사건들이지만 실제로 층간소음 문제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이해가 된다고 한다. 층간소음은 전 국민의 65%가 사는 아파트 등 다세대주택에서 주로 발생한다. 가장 많은 민원 사례는 어린아이들 뛰는 소리로, 전체 층간 소음 민원 70% 이상을 차지한다. 또 발걸음 소리, 가구 끄는 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TV 소리 등 소음공해도 아랫집이나 옆집에 피해를 준다.
다세대 주택은 내 집이긴 하지만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이해해야 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고 문을 살살 여닫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밤중에 청소기나 세탁기 사용을 하지 말고 TV나 오디오 음량을 줄이도록 노력한다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은 상당수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선 층간소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담 민원창구도 설치했다. 층간소음 방지용 슬리퍼를 제작 보급하기도 했다.
최근엔 ‘층간소음관리사’라는 자격증도 생겼다. 층간소음 관련 이론과 상담 실무 능력, 측정기기를 통해 전문적으로 소음을 측정하는 일 등을 수행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갈등 해소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기도 역시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갈등 해소를 유도하기 위해 ‘공동주택 층간소음관리 전문 컨설턴트 양성과정’을 개설한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민·관·학 공동의 ‘내가 먼저 인사하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