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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광복절 단상(斷想)

 

연이은 폭염에도 광복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요즈음 들어 부쩍 심해진 일본의 극우행보는 순국선열을 기리는 우리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위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침략 사실 자체도 부정하려 들며 평화헌법까지 고치겠다고 법석이다. 굳이 고치지 않더라도 외국의 침입은 자위대가 방어할 수 있다. 헌법을 개정하여 다시 침략자가 되겠다는 이야기인가? 피해자로 깊은 상흔을 가진, 이웃나라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20여 년간의 불황과 원전사고 등으로 무력감에 빠진 일본이 제국주의 향수에 빠져드는 모양이다. 그들의 시대착오적인 행위는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처할 뿐이다. 왜, 문명국답게 진심어린 사죄로 과거를 털어 버리고 이웃들과 진정한 협력과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지?

해방이 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일본의 진정한 사죄는커녕 연이은 망언과 독도 도발로 우리는 아직도 일제에 대한 한(恨)을 지우지도, 그 잔재를 청산하지도 못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36년은 우리민족에게 엄청난 영향력과 함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들은 우리민족의 존재를 부정, 우리문화를 말살시키고 모든 분야 구석구석까지 일본문화를 심어 넣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인명, 지명, 교육계, 법조계, 정치, 군대, 학술, 기술, 산업계, 종교계, 예술계, 토목 건축계, 검찰, 경찰, 음식, 도구명, 오락, 낚시 등 전 분야를 망라하여 용어(用語)는 물론 조직문화까지 남아 계승되고 있다.

나는 해방 이듬해에 태어났다. 내가 자랄 때에는 해방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생활 속에 일제의 잔재가 널려 있었다. 내가 말을 배울 때도 우리말 중에는 일본말들이 수없이 섞여 있었다. 이런 말들이 입을 떼기 시작한 어린 뇌에 입력되어, 지금도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곤 한다. 어릴 적 흥얼거렸던 노래들이 일본 군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말, 가케우동, 곤색, 기스, 노가다, 다대기, 단도리, 데모도, 뗑깡, 마호병, 다마네기, 다꾸앙 등등 우리가 아무 거리낌 없이 쓰고 있으면서, 잘 모르는 일본한자어가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의 60% 정도는 한자어이다. 한자어 중에는, 일본 고유의 한자어와 일본이 서양어를 번역하여 만든, 일본식 한자어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수취(受取), 각선미(脚線美), 잔업(殘業) 노견(路肩), 할증료(割增料), 집중호우(集中豪雨), 사회(社會), 국회(國會), 형이상학(形而上學), 철학(哲學)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한 이유로, 초대정부의 친일파 대거 등용과 반민특위 무력화를 꼽기도 한다. 한 나라의 건국에는 많은 인재들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 일본 문화와 학문, 기술, 용어(用語)를 배우고 조직을 이어 받은 사람들과 단체, 정부가 해방 이후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말, 우리문화에는 우리역사와 사상, 혼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는 고유문화를 훼손시키지 않고 바르게 후손들에게 전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이미 70여년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일제 잔재들을 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역임 ▲수필집: ‘남쪽포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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