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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원전비리, 에너지 체질개선의 기회로

 

전 세계적으로 사상최고의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등 피해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려해 왔던 지구온난화로 인한 폐해, 그야말로 자연의 대역습을 눈앞에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도 무더위지만 원전 비리로 원자력 발전에 차질이 생기면서 냉방기 사용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니 하는 소리다. 사상최대의 전력난 위기 속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민들께 더 없이 죄송스런 마음이다. 전력난의 일차적 책임은 그동안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10억W 분량의 전력이 확보되지만 이 역시 장기적인 수급안정성을 보장하기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고유가, 송전망 포화, 원전설비 노후 등과 같은 불안요소가 선결되지 않는 한 전력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 미래 권력은 군사력이 아닌, 에너지 보유량에 의해 결정될 거라는 예측이 정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를 방증하듯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강국의 대립과 결합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미국이 걸프전쟁, 이라크전쟁 등을 통해 얻은 것도 결국 안정적인 세계 석유시장에 대한 지배력이고, 국경을 두고 사이가 매우 좋지 않던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밀월관계로까지 발전한 것도 에너지 세계 최대수출국인 러시아와 최대수입국인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반도의 3.5배 면적에 달하는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EU 공동의 이른바 ‘슈퍼그리드 친구들’의 움직임도 같은 의도로 해석하면 된다.

이는 에너지의 96.5%를 해외수입에 의존하면서 에너지 식민국으로 전락해 있는 우리에게는 난감한 소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산업용 전기의 경우, 일본의 공장들이 싼 전기를 찾아 옮겨올 정도로 싼 반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12배에 이르는 살인적인 누진율을 적용받고 있다.

2012년 kwh당 공급요금은 주택용 123.69원, 산업용 92.83원이었다.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의 53%였고 그 중 10개 대기업 사용량이 21%였다. 반면 우리나라 1인당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국민들은 결코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지 않는 데도 싼 산업용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57개 원전 중 55개 가동을 중단하고도 일본의 제조업이 완전히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산업체의 자가발전설비시설이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원전 6기의 중단에도 전 국민이 대정전 공포에 시달리는 등 극도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지나치게 싼 산업용 전기요금과 무관하지 않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자가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포스코 등 일부업체만 자가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실제 일본 산업체 자가발전비율은 2011년 기준 22.6%로, 이는 2001년 14.3%보다 8.3%P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설비율은 2001년 9.3%에서 2011년엔 4%로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싸게 쓰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구태여 이러한 시설을 갖출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체질개선을 이룰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다. 근본적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이 전기를 만들어 쓰는 위주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한다. 또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장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UAE 수출에서 얻은 원전강국 명예를 지켜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불거진 원전비리문제는 차라리 다행인지 모른다.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을 통해 에너지 식민국의 불명예를 벗어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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