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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를 찾아 떠난 랴오닝성

 송희양

용인시 처인구 

세무과 행정6급
▲ 송희양 용인시 처인구 세무과 행정6급

 

공직생활 20여년 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직장과 가족을 먼저 챙기느라 나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던 나에게 중국연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너무 기쁘고 ‘정말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 하고 6월17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중국 랴오닝성의 심양 공항에 도착하니 랴오닝성 정치경제학원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비로소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고, 환영해 주는 그들의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당교’라고 불리는 교육원에 도착한 후 기숙사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갔다.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향채’를 거의 넣지 않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랴오닝성과 경기도가 10년 넘게 교류하며 연수생들을 위해 하나하나 배려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교식과 함께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첫 일정은 백두산 방문이었다. 6월18일 아침 일찍 백두산을 향해 출발, 장장 9시간의 긴 여행을 했다. 한반도를 통해서가 아닌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는 현실, 이름도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 부르는 곳을 오르며 분단의 아픔을 실감했다.

중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중국어 수업에 많은 기대감을 갖고 이번 연수에 온 게 사실이었고 열심히 배우고자 열의를 쏟았다. 특히 반숙 선생님의 강의는 기대 이상으로 세밀한 교안을 작성해서 매 시간마다 교육생 한명 한명을 불러가며 말하기를 실습케 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당교에는 우리 말고도 중국 공무원들이 교육받고 있었다.

어느 날 많은 노인 분들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궁금해서 알아보니 당 간부로 퇴직한 분들이며, 본인이 원하면 청소년들을 지도하기 위해 주기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도 퇴직공무원들에게 재교육을 통한 봉사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난 후 현장의 일상체험을 할 때 중국 사람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예전부터 중국 사람들은 ‘만만디’라고 하여 성향 자체가 원래 느린 줄 알고 있었는데, 교통질서에서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았다. 신호는 신호대로,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차는 차대로 제각각 움직이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고, 운전자는 보행자를 밀어붙일 기세로 무섭게 달렸다.

급변하는 중국의 모습과 달리 교통질서의식은 낙후된 것 같았다. 그러나 신호등은 참 인상적이다. 교통신호등마다 신호 주기를 알려주는 큰 숫자판이 설치되어 운전자들이 신호가 바뀌는 것을 예상할 수 있어 당황하지 않고 운행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신호등 모형이다. 우리도 이러한 신호체계가 이루어진다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압록강 철교 너머로 바라본 북한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이다. 북한 주민들 몇몇이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는 많은 외국인들과 중국인,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웃고 떠들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우리와 자신들을 비교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분단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중국 랴오닝성 연수는 지금도 그 순간순간이 생생히 떠오를 정도로 내게 많은 경험과 교훈을 주었다. 4주간의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중국어와 중국인의 삶, 분단의 현실까지 체험하고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다잡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현지에서 연수생들을 위해 수고하신 많은 분들의 배려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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