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생태교통 수원2013 개최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의 무모한 도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이 말을 통해 그가 그간에 했던 고민과 겪은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염 시장 말처럼 선거로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게 도로를 넓혀주고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말 대신 주민들에게 차 없이 사는 불편을 감수하자고 말하다니… 이런 사람은 다시없을 것이다. 그 ‘무모한 바보’가 바로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생태교통 수원2013은 9월 한 달 간 수원시 장안구 행궁동에서 열리는 지구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다.
수원시와 유엔 해비타트, 이클레이가 주최하는 행사다. 인위적으로 화석연료 고갈 상황을 설정한 뒤 실제 생활을 통해 미래 도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국제행사로, 9월 한 달 동안 행궁동 시범지역에서 주민과 방문자들이 화석연료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사는 ‘불편 체험’을 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시범지역에 있는 차량은 모두 외곽 주차장으로 빼낸다. 주민들은 자전거나 친환경 탈것, 또는 임시로 마련된 셔틀버스로 집과 주차장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 그것도 무려 한 달씩이나! 염 시장이 스스로 ‘;어리석은 사람의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염 시장과 관계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엔 공무원들조차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다. 행궁동 리모델링, 차량 통행 제한 등 행사 주요 과제에 대해 끝까지 주민을 설득해 동의를 받는 과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과거처럼 행정이 밀어붙일 수만은 없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환경 행사에 주민 참여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추진 과정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 행사의 성공은 인류 역사에 남을 가치로 기록되겠지만 추진하는 사람들과 행궁동 주민들에겐 고통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행사 하루 전인 31일까지 공무원들과 추진단 관계자, 자원봉사자들은 하얗게 밤을 새웠다. 완벽한 행사 준비를 위해 팽팽하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만약 있을지 모를 반대 측 주민과의 충돌에도 대비해야 했다. 확실한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석유고갈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태교통 수원2013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실제 상황을 통해 세계에 메시지를 던지는 매우 의미 깊은 행사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이 행사를 계기로 낙후된 수원 구도심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궁금하면 지금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가 열리는 행궁동 지역에 가서 느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