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위기에 빠져 있다. 경기도는 최근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사실상의 감액 추경을 제출했다.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졌다는 반증이다. 지금까지 쉬쉬하며 감추어오다 순세계잉여금 등의 급감으로 더 이상 은폐할 수 없게 되자 경기도 스스로가 마지못해 인정한 재정결함 규모가 정확히 1조511억원이다. 민주당 도의회가 밝혀낸 부외부채 분식회계 7천204억원을 감안하면 재정파탄 규모가 최소 1조5천억원을 넘는다. 부외부채 7천204억원은 시군에 지원해야 할 재정보전금 4천291억원과 교육청 관련 2천689억원으로 경기도가 지자체와 교육청에 이미 줬어야 할 돈을 주지 않고 심지어 이를 예산서에서 고의로 누락했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그 원인을 취득세 인하 등으로 세수감소와 복지 지출의 증가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무능 도정이 부른 예고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 불황 속에 경기도 재정이 악화되는 추세가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자세로 경기도 살림살이를 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거둬들일 세입은 뻥튀기해서 늘려 잡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세출 부문에서 전시성·선심성 예산은 줄이지 않았다. 무분별한 산하기관에 대한 예산지원, 홍보치적사업, 예산돌려막기 등을 하면서도 어떠한 자구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재정위기의 원인을 친환경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참 나쁜 도지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순수도비 부담 복지예산 증가분은 전년 대비 870여억원에 불과하다. 백번 양보해서 세수감소액 4천억원을 제외하더라도 1조원이 넘는 재정결함을 870억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있는 공직자가 할 일은 아니다. 무능과 무책임에 부도덕하기까지 한 최악의 처신이다.
무상급식 문제만 보더라도 7천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지자체들이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가 874억원의 학교급식 예산을 삭감하겠다며 의도적으로 이슈화를 노렸다. 이는 1조원이 넘는 재정결손에 대한 시선을 복지 논쟁으로 돌리기 위한 정략적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경기도는 최우선적으로 스스로가 인정한 재정결손 1조511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부외부채 7천여억원에 대한 상세 내역서를 제출하여 1천200만 도민에게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만 맞춤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경기도가 최악의 재정난에 처하게 된 것은 지난 7년간의 무능 도정의 적폐가 쌓인 결과물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기도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2011년 기준으로 2천62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435만원이나 적게 나타나 6개 광역권 중 꼴찌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경기도가 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경기도의 종업원수 300인 이상 제조업체 수가 7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충청지역은 37개나 증가했다. 서비스업의 성장 정체 또한 심각하여 작년 한해 경기도내 카드가맹점의 매출액이 68조원 인데 비해 경기도민의 총카드사용액은 88조원으로 소비의 순역외지출이 20조원에 달했다. 또한 경기도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국제보트쇼 등 낭비성, 전시성 예산을 삭감하거나 축소할 의지가 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경기도의 재정결손에 대한 상세내역서 제출, 재정우선순위 재조정 등이 이뤄진 다음 장기적으로는 지방정부에 이양된 복지·문화·안전 등과 같은 종래의 국가사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재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세수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당장 취득세 세율 인하로 예상되는 지방세수 부족분 2조7천억원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상향조정하여 자치단체의 자주재원을 늘리는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현재 소득세의 부가세 형태로 부과되고 있는 지방소득세의 독립세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