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재정 적자와 누적된 국가부채로 경제의 활력을 잃어가는 일본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보려는 아베노믹스의 결정판으로 소비세 인상을 결단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본 현행 소비세율이 5%인데 내년 4월부터 8%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89년에 3%의 세율로 도입됐다가 97년 5%로 인상됐던 소비세가 2012년 소비증세법을 성립시켰으나 실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2014년 8%, 2014년 10%로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세·사회보장 일체개혁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비세 인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세의 인상은 당장 물가 인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근로자에게 더 충격을 준다.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저소득층에 부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소득에 역진적인 조세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소비세 증세로 인한 세수분 사용에 대해 많은 부가적인 약속을 하고 있다. 우선은 사회보장의 안정화와 확충을 위해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의 증가분, 기초연금 국가 부담분 충당, 보육소 확충, 재택의료 확충 등을 우선 약속하고 있다. 소비세 증가에 대한 국민적 설득을 위해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약속하고 있다. 1천조엔 규모의 일본 국가 차입 규모는 다른 국가들에도 항상 국가 불신을 유발하는 요인이었다. 이제 재정 건전화의 노력을 통해 2015년에는 2010년에 비해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세의 인상은 근로 소득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는 정치경제학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노사정 협의를 통해 임금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결국 소비세 인상에 따른 근로자의 부담을 임금 인상으로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법인실효세율의 감소를 부가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공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논리적으로 보면 소비세 인상을 통해 유발되는 국민적 부담을 경기 활성화를 통한 국민 소득 증대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세 인상이 이루어지더라도 개인 소비의 추락을 막아야 경기활성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벌써 실효성에 대해 비판적인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경제의 대반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재정재건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고 결국은 재정 적자는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차입 금리의 인상을 유발하여 경기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것이 사회보장 확충을 위한 재원이든,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원 확보이든, 재정 건전화를 위한 정책 수단이든 지금의 구조로는 한계가 있고, 소비세 인상이라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창출되고 있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을 살펴보면 우리의 입장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증세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 되어 있다.
국민 설득 위한 청사진 필요
그것 자체가 공약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세금을 더 징수하더라고 세율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그런 이유이었다. 그러다보니 소득세의 과표 구간을 조정하고 소득 감면을 세액 감면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공약실현을 위한 재원 확충으로 축소되어 있는 증세에 대해 야당이 쉽게 합의해 줄 것 같지 않다. 증세를 통해 복지 공약을 실천한다면 어차피 하나의 공약은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차라리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미래를 향한 거대한 청사진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금의 변화는 국민 생활의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고, 조세저항이 민주주의 출발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세심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베노믹스의 조세 전략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