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같이 통하면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까? 가 여름방학특강 3주간의 시간표를 짜는 데 핵심이다.
시간을 짜는 일이란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특히 아이들 생각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한다. 아이들과 어떻게 생각을 공유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된다. 그래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고 나도 아이가 되는 일이다.
마을 주민센터 특강 시간표의 큰 타이틀을 문화유적지 탐방으로 세웠다. 문화유적지 탐방은 가장 보편적이어서 재미없지만 그 속에서 결실을 찾아내는 일은 아이들에게 성취감이란 재미를 주는 일이다. 탐방 장소는 지석묘와 관곡지, 그리고 시흥연꽃테마파크다.
전체 내용은 탐방을 다녀온 후 상상으로 쓰는 글쓰기다.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 중에서 주인공을 설정하여 동화를 쓰고, 동시를 쓰고, 상상이 담긴 기행문을 쓰고, 100년 후, 그곳 친구에게 편지 쓰는 일이다. 그리고 발표력 교실에서 발표연습을 하고, 연꽃을 도자기 위에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탐방 가는 날, 아이들은 질서정연하다. 지석묘에 갔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 가지고 간 현수막을 펴들고 비를 피했던 일이며, 관곡지의 유래를 듣고 그 연못에서 자라는 연꽃을 보던 일, 시흥연꽃테마파크에서 도자기 위에 연꽃을 그리는 체험이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었고 신나는 일이기도 했다.
탐방 후, 보고 느낀 것을 가지고 상상을 통해 글로 써내려가는 일을 아이들은 차분히 잘 따라준다. 그런데 딱 한 아이가 연필을 쥐고 한 자도 못 쓴다. 아이를 따로 불러 옆에 앉히고 아이에게 여러 가지 예를 들거나 주변 이야기를 해도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고 한다.
“그럼,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던지 창문 밖으로 보이던 이야기를 하자.” 그러자 “하나도 생각이 안 나요. 창문 밖도 생각이 안 나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황하게 된다.
아이에게 어떻게라도 한 줄의 글이 나오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그럼 너는 뭐를 생각하니?” 묻자 “나는 자유롭고 싶어요” 한다. 이제 겨우 3학년 아이한테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왜, 자유롭지 않은데?” “학교 갔다 집에 오면 학원가야 되고, 또 학원 가고, 그러고 나면 밤이에요.”
이유인즉 방과 후 집에 가면 학원차가 매 시간마다 와서 기다린다고 한다. 그래서 밖에 대해서 모른다고 한다. 아이는 모르는 게 아닐 것이다. 짜인 일과 때문에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하루 일과를 물었다. 영어 수학 학원은 매일 가야하고 특기로 태권도, 음악, 미술, 악기, 한자 등등 하루에 3개 학원을 도는 건 보통이고 학원을 다녀와 밤이 되면 학교와 학원 숙제까지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이 딱하고 불쌍하다. 아이들의 방학을 유익하게 하고자 계획한 것이 아이들의 자유를 빼앗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하는 마음까지 든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펴는 동안 아이들 생각의 세계가 넓어지기를 기대하는 시간이었는데… 마음이 씁쓸하다.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저서: 시집 <연밭에 이는 바람>외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