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나오는 휴대폰 광고의 기본컨셉은 ‘고객서비스 강화’다. 일반 고객을 모니터요원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아예 일반 고객을 광고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런 카피를 내보낸다. “당신(고객)의 상식에서 배우겠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나 엔지니어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력보다도 직접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일반 고객들의 생각이 훨씬 현실적인 마케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다.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처했을 때 머리 싸매고 고민하기 보다는 되도록 단순하게 사고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사고혁명’(루디 러커著, 김량국譯, 열린책들刊)이라는 책을 보면 좋은 예가 나온다. 에드워드 캐스너 박사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엄청나게 큰 수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문득 1뒤에 0이 100개나 붙는 어마어마하게 큰 수를 상상해 냈다. 그는 마치 자신이 그 엄청난 수의 성질과 의미를 죄다 발견한 것인양 흥분했다. 그의 흥분은 곧 수의 명칭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그렇게 큰 수에 적합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밤을 지세우고 난 캐스너 박사는 문득 9살 난 어린조카에게 그 수의 이름을 지어보라고 부탁한다. 수학가 삼촌의 질문을 받은 어린 조카는 별 고민없이 수의 이름을 지어냈다. “삼촌 ‘구골(Googol)’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후 학계에서 ‘구골’을 그 수의 정식 명칭으로 인정했다. 캐스너 박사의 어린 조카가 별 고민없이 간단하게 명명한 구골은 이후 구골플렉스(Googolplex)라는 새로운 단위를 파생시키며 널리 쓰이고 있다.
흔히 과학의 위대한 발견은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뉴턴이 사과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물리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에 의한 밀도의 원리를 알아낸 후 다급히 뛰쳐나오며 ‘유레카, 유레카’를 외쳤던 것은 꽤 알려진 이야기다.
그래서 나온 과학적 사유방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생각하라는 이론 아닌 이론이다.
최근 악화일로에 놓인 정국 상황이나 꼬여가기만 하는 경기상황을 놓고 백가쟁명의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명쾌한 해답이라고 보기 힘들다.
정치인, 경제인들 머리 싸멜 필요없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그것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라. 거기에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단순화의 의미는 응당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에 순응하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작금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매우 간단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치권 전반의 환골탈태(換骨奪胎)다.
남송(南宋) 때 승려 혜홍(惠洪)이 쓴 ‘냉재야화(冷齋夜話)’에 따르면 “황산곡(黃山谷, 본명 庭堅)이 말하기를 시의 뜻은 무궁한데 사람의 재주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재주로 무궁한 뜻을 좇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뜻을 바꾸지 않고 그 말을 만드는 것을 가리켜 환골법(換骨法)이라 하고 그 뜻을 본받아 형용(形容)하는 것을 가리켜 탈태법(奪胎法)이라 한다.”(원래 이 말은 선가(仙家)에서 연단법(鍊丹法)에 의하여 새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황정견(黃庭堅)이 이것을 인용한 것이다.)
수학가 에드워드 캐스너가 9살 난 조카에게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수의 명명을 부탁했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수학적 지식과 수학적 관념으로 가득찬 자신의 상상력보다 수학으로부터 자유로운 어린 조카의 상상력에 기대려 했던 것.
마찬가지다. 정치인은 매사를 정치적으로 사고하려 한다. 반면 일반국민들은 정치적 관성으로부터 자유롭다. 정치적 계산에 길들여진 정치인보다 일반 국민이 작금의 정치위기를 탈출할 묘안을 내놓을 가능성 크다는 얘기다.
이제 정치인들이 외칠 때다. “국민의 상식에서 배우겠습니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