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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제18대 한신대 채수일 총장 취임식

 

지난 4일, 제18대 한신대학교 채수일 총장 취임식이 있었다. 취임식에는 허영길 이사장, 인도네시아 마라나타 크리스천대학 총장 펠릭스 카심 박사, 성공회대학교 총장 이정구 박사를 비롯한 안민석 국회의원 등 지역인사들이 참석했다.

한신대는 필자의 고향이자 문학의 지평을 넓혀준 곳이다. 황지우·최두석 시인, 임철우·최수철 소설가, 유문선·서영채 문학평론가, 주인석 작가 등 우리나라 대표 작가들이 교수로 있는 대학이다. 그 교수님들에게 ‘자장면 같은 글을 쓰지 말라’는 당부와 채찍을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돌아보면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리게 된다.

채 총장은 73년 전에 한신대를 처음 세우고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 또 17대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바쁘게 지내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한 소회도 피력했고, 부족한 지도력에도 학교를 위해 함께 고생해온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연임한 채 총장은 4년 전 17대 총장 취임사를 다시 살펴보았다고 한다. 말만 거창했지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새로운 약속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바티칸에서 제266대 가톨릭교회의 교황이 즉위한 내용이었다. 역사상 최초의 남아메리카 출신 예수회 신부 프란치스코, 시리아 출신인 제90대 교황 성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의 비유럽권 국가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의 아들이었다. 기꺼이 가난한 사람들의 벗이 되길 원해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선택한 그는 즉위 직후부터 파격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은 황제가 아니니 교황이라고 부르지 말고 교종이라고 호칭할 것, 해방신학자 보프를 복권시키고 무슬림 소녀의 발을 씻어준 일, 사생아에게도 세례를 허용한 일, 동성애와 이혼 및 낙태에 대해 교회가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발언 등 가톨릭교회만이 아니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는 교황에 선출된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같이 모자란 놈을 교황이라고 뽑아준 분들을 주님께서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채 총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해 ‘저같이 모자란 놈을 총장에 재임토록 한 이사님들과 인준한 기장 총회도 주님께서 용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조금이나마 학교가 발전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 때문이며, 한신 구성원들이 공유한 믿음 때문이고, 한신을 세우신 분, 한신을 지금까지 지키시고 인도하신 분, 한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가시는 분,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 임마누엘의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73년이나 되는 한신대학교에는 학교를 상징하는 동물이나 식물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채 총장은 고민 끝에 장닭과 민들레를 선택했다. 첫 번째 상징인 장닭은 암탉을 먼저 돌보고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먹이를 먹인다. 그래서 장닭은 암탉을 보호하는 페미니스트이자 병아리를 키우는 교육자인 셈이다. 또 닭은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한 베드로를 울음소리로 일깨웠다. 채 총장은 ‘닭처럼 약한 사람들을 품고 돌보는 사람, 역사의 새벽을 알리는 사람, 실패에도 불구하고 은총에 의지해 언제나 새로 시작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길러내는 대학이 한신대학교’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 번째 상징은 ‘민들레’다. 민들레는 삶의 무게와 시름일랑 바람에 실어 보내면서 스스로 낮은 곳을 찾아간다. 채 총장은 ‘수많은 꽃들 사이에서 수줍게 숨어 있는 민들레 같은 인물을 길러내는 한신대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총장 취임식이 끝나고 모교를 둘러보니 참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 그대 젊음이여, 한신이여, 진리와 사랑, 자유로 세상을 밝히는 약속의 등불이여! 한신대의 명소인 ‘오월 계단’에서 학우들과 문학의 잔을 나누던 추억이 가슴으로 전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