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소재 한 복지시설이 가정폭력을 피해 입소한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노동력까지 착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본보 14일자 8면). 특히 이 시설은 입소자 수를 부풀려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받는가 하면 후원 금품마저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 관계기관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속단하긴 어려우나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가정폭력은 여성에게 있어서 지옥이나 다름없다.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해자를 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성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 사회적 범죄로 분류된다.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이천의 복지시설은 이 같은 피해 여성들이 머물고 있는 보호시설이다. 때문에 이들을 보듬고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치료하도록 도와주는 등 쉼터 역할을 해야 당연하다.
그러나 보도를 보면 이천의 복지시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입소자들을 마치 소장 개인의 도우미 취급은 물론 비인간적인 대우와 인격적인 모독 등 범죄자 취급을 일삼은 모양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게 하고, 전기 및 생리대 숫자를 제한했다는 입소자들의 분노 어린 진술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소자에게 각종 명목의 금품요구와 시설운영보조금을 부정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감독관청인 이천시가 감사에 나섰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입소자들의 주장이 구체적인 것으로 보아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설은 비슷한 사례로 여러 차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결산내역조차 시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더욱 그렇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머물고 있는 보호시설에 입소한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입력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신상정보 유출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사회단체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고하지 않으면 생계비를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까지 놨다. 시설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부정·중복 수급을 막아 예산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게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복지시설을 보면 어이가 없다. 생계비를 빌미로 안전을 보장하기는커녕 인권마저 침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천시는 관리감독 소홀과 특혜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천시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강도 높은 감사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