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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꼬박 앓던 아내가 사과가 먹고 싶단다. 한밤중에 마트에 간 이유다. 구토를 동반한 두통으로 몸앓이를 심하게 한 것을 옆에서 뼈저리게 지켜본 터라 서둘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가 원할 때를 기다려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 세 군데를 돌아다녀 가까스로 구입했다. 어두워서였을까. 집으로 돌아와 사과 박스를 열었을 때 대부분이 상해 있었다.

그나마 제 모습을 갖춘 몇 알을 깎아 아내의 입에 넣는 것으로 남편의 도리를 다했다.

누가 이 많은 사과를 상하게 했을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잠든 아내를 뒤로 하고 찬찬히 사과 박스를 살폈다. 진원지는 예상처럼 사과 하나에서 출발했다. 당연, ‘썩은 사과 이론’이 떠올랐다. ‘한 개의 썩은 사과가 상자 속 다른 사과들도 썩게 한다’는 논리다.

우리에게는 ‘애치슨라인’으로 유명한 미국의 외교 전문가 딘 애치슨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이런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개의 썩은 사과가 상자 안에 있는 신선한 사과를 모두 썩게 한다.” 그의 말은 ‘썩은 사과 이론’이라 불리며 21세기에까지 즐겨 인용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을 흐린다’는 우리 속담과 격을 같이한다. ‘소수가 다수에게 피해는 주는 꼴’이다. 그러나 조금 다르다. 미꾸라지가 흐린 물은 시간이 지나면 깨끗해지지만 썩어버린 사과는 다시 신선한 사과가 될 수 없다. 회복불가(回復不可)다.

썩은 사과를 현대 조직에 적용하면 이렇다. 자신의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조직의 성과를 방해하는 유형의 인물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 이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어떤 제안에 대해 ‘이 전에 해봤는데 안 된다’라는 말을 즐겨 쓰거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교묘하게 회피해 다른 동료들에게 떠넘겨 버린다. 모든 일에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태도로 동료들의 사기를 말아 먹는다. 게다가 밖에 나가서나 윗사람들에게 동료의 험담을 늘어놓고 없는 말을 지어내 곤경에 빠지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썩은 사과’라는 것을 ‘자신만’ 모른다는 사실이다.

국정감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썩은 사과들’을 본다. 허탈한 것은 그들이 조직의 중심부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사과 상자를 벗어나고픈 이유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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