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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처연상형(妻年上型)

1996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서삼릉의 태실을 발굴·정비하는 과정에서 성종이 폐비시킨 윤씨의 태지가 발견됐다. 그 태지에는 윤씨가 1455년 윤 6월1일에 태어났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1457년생인 성종과의 나이차가 2살 연상임이 밝혀졌는데 그동안 폐비 윤씨에 대한 나이기록이 없어 성종이 연상이냐 연하냐를 놓고 학계에서 논란이 많았었다.

이처럼 조선시대 왕비들은 왕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가 꽤 있었다. 대표적인 게 예종과 장순황후로 다섯 살 연상이다. 그리고 태종과 원경황후를 비롯 세종과 소헌황후, 정종과 정안황후, 숙종과 장희빈은 두 살, 단종과 정순황후는 한 살 연상으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서민층에서는 어린 남자를 ‘노동 가능한’ 나이의 여성에게 장가보내는 경우가 일반화 됐다. 또한 양반층에선 자식을 빨리 얻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연상의 여성과 혼례시키는 조혼풍습도 성행했다. 때문에 부인이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처연상형(妻年上型)이 지금보다 더 보편화 됐다. 조선 후기 ‘경상도 단성현 호적대장’을 한글로 전산 입력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여성의 초혼에서 여성이 연상인 경우가 약 38.2%로 45.5%인 부연상형(夫年上型)과 맞먹을 정도였다. 당시 여성 초혼의 나이가 17.5세를 감안하면 남성은 15세 전후에 장가를 간 것이다.

19세기 말 제주도 농촌마을에서도 부인의 연령이 높은 부부가 많았다고 한다. 명문 동족집단이나 양반문화가 확산되지 않았던 당시 제주도의 여건을 감안하면 여성의 노동력이 중시되었던 제주도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요즘 초혼 부부 6쌍 중 1쌍은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라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숫자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처음으로 4만쌍을 넘어섰다. 여자연상 부부의 연령차는 1∼2세가 2만9천쌍으로 가장 많았다.

3∼5세 차이는 8천800쌍, 6∼9세 차이는 1천900쌍, 10세 이상 차이도 300쌍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최근 경제력을 갖춘 고학력 여성들의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신보다 어린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택의 주체가 바뀌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노동여건은 결혼의 필수조건인가 보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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