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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청룡영화제 수상작 ‘소원’

 

영화 <소원>이 올해 청룡영화제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발표된 33회 영화평론가협회상에는 <소원>의 엄지원이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데, 필자 역시 이 영화를 다섯 번이나 보았다. 세상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치유의 손길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꼈다.

평일에 영화관을 찾아서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필자는 우선 시나리오에 시선이 갔다. 몇 번이고 장면과 장면을 응시하면서 차분하고 깊게 영화에 빠져들었다. 평소에도 좋은 영화라면 같은 영화를 2, 3회 보았던 터지만 이 영화는 5회나 보고 말았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영화예술협회 회원들에게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영화를 꾸준히 추천영화로 관람을 권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성폭력 사건과 인간애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잃어버린 가족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소원>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소원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조두순 사건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한다. ‘세상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이 잘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의 마음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부디 잘 살기를’ 바라는 바람과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건넨다. 그리고 비록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때문에 성폭행 사건 피해자인 가족들의 이야기라는 민감하고 아픈 소재를 그리지만 가장 아픈 곳에서 피어난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기적 같은 감동을 보여주었다.

동일한 소재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면, <소원>은 이와는 다른 입장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잊혀 가고 있는 조두순 사건을 굳이 다시 들춰내 이슈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소원>은 직접적인 성폭력 장면과 자극적인 장면으로 불편함을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 이후의 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생 아물지 않을 수도 있는 커다란 아픔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움튼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가해자가 몇 년을 선고 받느냐보다는 피해자가 몇 년을 고통 받을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통감해 이와 같은 아픔을 겪는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보고 싶지 않았고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파하는 피해자가 있다는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소원>은 아동 성폭행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으면서도 290만여 명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이준익 감독은 “큰 상처를 겪은 가족들이 고통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일상을 되찾기까지의 진심 어린 가족의 태도와 주변 사람들의 열망 등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라고 설명한다.

이 영화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의 진심이 네티즌들에게까지 전해지면서, 이 영화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상을 눈물과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응원열풍에 힘입어 수천명이 ‘소원아, 힘내’, ‘소원아, 행복해’, ‘소원아, 사랑해’ 등 말머리 응원 댓글로 참여하여 놀랍게도 포털 사이트 평점 9.5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발적으로 상영회를 주최하고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등 영화 취지에 깊게 동감하고 행동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올 가을,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응원하는 또 하나의 국민 영화 탄생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영화예술협회 회원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휴머니즘이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와 함께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나누는 크리스마스 성탄절의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