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EU·러시아도 일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모처럼 국제사회가 의견일치를 본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살상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이다. 이들 전범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는 것은 곧 침략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을 애국자로 일컬으며 또다시 유사한 침략을 자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청일·러일전쟁을 통해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고 우리나라를 침략, 병합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여러 국가를 점령했으며, 심지어 태평양전쟁에서 미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일본은 태평양전쟁 피해국인 동남아에 막대한 원조를 했다. 그 결과, 아세안 국가로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받기에 이르렀다. 미국도 일 해상자위대가 아시아 해상에서 경찰력을 행사해 주는 것이 자국 경제와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러시아와 EU조차도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잊은 채 일본을 지지하고 말았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가 아베 총리를 오판하도록 만들었다. 일본은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고 미·일 연합 훈련을 전개하는 등 중국을 압박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는 미국과 EU 등의 지지를 발판으로 한국과 중국의 반발쯤은 가볍게 무시해도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끝까지 일본을 지지해 줄 것이라는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도 이번만큼은 일본을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는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를 계기로 ‘일본이라는 거함(巨艦)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항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이웃국가와의 친선을 도외시 한 채 편협한 역사관으로 전범들을 애국자로 받드는 일본의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이 나치가 벌인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역사를 왜곡하여 이웃나라를 비웃고 있으니 참으로 위험한 나라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를 끊임없이 침탈하고 유린해 왔다. 이러한 고난과 역경의 역사를 회고해 보면,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임진왜란의 징후를 파악한 관리의 말을 당파싸움으로 묵살해 버렸는가 하면 또다시 당파싸움에 휘말려 방비를 하지 못해 나라를 잃기도 했으니 하는 말이다. 역사를 통해 교훈을 찾지 못한 탓이다.
현재 일본의 침략 근성은 과거와 동일하다. 전혀 달라진 게 없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은 물방울보다 작은 섬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이 6·25전쟁에 휩싸인 틈을 타 미국에 로비를 전개했는가 하면, 우리가 IMF에 처해 곤경에 빠졌던 때에 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해 독도 주변수역을 침탈하려 했으며, 지금은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미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유사시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할 수도 있음을 은연중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무력을 뒷받침하는 해상자위대 전력은 제주 남방해역을 완전 봉쇄할 정도로 막강하다. 아베 정권은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하는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3년이 다 지나가는 이때 우리 국회 국방위에서 참으로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일본 등 군사강국의 해군력을 저지하기 위해 절대 필요한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500억원이나 삭감한 것이다. 가뜩이나 반대론자들의 건설저지로 예산집행이 미흡한데 이를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침략근성은 절대 치유될 수 없는 병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양해군을 양성해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조선시대 당파싸움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지 못해 일본에 나라까지 빼앗겼던 역사를 잊은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