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지난 연말 대한민국 전체를 대립의 용광로로 몰아넣었던 ‘철도노조 파업 사태’는 우리사회의 불신의 벽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정부는 아니라고 했지만 노조는 믿지 못했고, 사상 최장 기간을 경신한 파업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왔다. 어디 철도파업만 그랬던가. ‘광우병’ 파동에 ‘여야 대립’, 심지어 ‘교육현장’에서조차 스승과 제자의 충돌과 마찰이 흔하디 흔한 일이 돼버렸듯이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이 뿌리 박힌 불신은 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불신의 벽을 깨뜨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하는 희망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곳도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안양시에 위치한 ㈜노루페인트가 주인공으로 15년 연속 ‘1차협상 타결 무분규 사업장’이라는 신화를 이룩하고 있다.
한국노총경기지역본부 사무처장인 김용목(53) 노루페인트 노조위원장은 “회사와 근로자의 공생을 위해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고 향후 약속을 이행했을때 불신의 벽이 사라지고 신뢰의 연결끈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실제 노루페인트는 IMF 직전인 지난 1997년 눈물을 머금고 30%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노조는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제안을 아쉬움 속에 수용했고, 회사는 사업 정상화 시 정리해고 된 근로자를 모두 복직시킨다는 안을 내놨다.
그리고, IMF의 한파속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노루페인트는 노조와의 약속 이행에 들어가 정리해고 됐던 근로자를 다시 복직시켰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회사와 노조와의 신뢰는 매년 임금협상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오히려 노조가 임금의 동결을 회사에 제안하는 놀라운 현상까지 만들어내는 등 올해까지 이어져 15년 연속 무분규사업장이라는 영예를 이어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노루페인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5년전인 2009년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어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화합과 협력의 대표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해고는 곧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해석을 탈피, 공생을 위해 모두가 함께 해 한발 양보한 뒤 약속을 반드시 지켰을때 ‘신뢰’가 형성되고, 그 ‘신뢰’가 또 다른 발전을 가져오는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것이 노루페인트 노사가 보여 주는 놀라운 발전의 생생한 교훈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용목 위원장은 “우리사회에 뿌리깊은 계층 간 불신의 벽을 허물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약속과 함께 약속의 실천이 있을때 우리나라의 ‘신뢰프로세스’가 완성될 것”이라며 “2014년은 그동안의 불신을 허물고 서로 믿고, 약속을 지키는 모두가 함께 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찬 미래를 기원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