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식언(食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국회정치개혁특위 활동이 예상했던 대로 지지부진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놓고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양당이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다. 그동안 폐해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입장을 바꿔 대책 없는 폐지는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위헌 소지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공약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며 당장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겠지만 폐지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선거공영제와 정당공천제의 장단점을 익히 알고 있는 현실에서 각자의 주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초선거에서까지 정당공천을 고집하는 것은 풀뿌리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하려는 발상일 뿐이다. 많은 국민들의 생각도 기초선거 공천폐지가 옳다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기초의회는 우려했던 대로 특정 정당 공천을 받고 등원한 기초의원들은 공천권을 행사한 국회의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음을 인정하는 바다.
더욱 한심한 것은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라는 본말을 희석시키기 위해 엉뚱한 사안을 들고 나오는 거다. 새누리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현행 3연임인 광역단체장 임기를 2연임으로 축소하고,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구의회) 폐지,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후보등록제 등을 내걸고 있다. 국회의원은 평생 동안이라도 연임이 가능하고 광역단체장은 안 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를 일이다. 갑자기 들고 나온 광역자치단체의 구의회 폐지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광역자치단체의 기초의회 폐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흔들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간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이달 말까지다. 시간이 없다. 논란만을 벌이다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이번에도 결국 물 건너가게 될 뿐이다. 여야가 지난 총선·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정당공천제의 필요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국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준다면 심판이 따를 것이다. 공천제 폐지가 정치개혁의 만병통치약은 아닐지 모르지만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의의 정치를 보여주는 게 도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