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담배회사들은 담배소송에 있어서만큼은 불패의 신화를 써왔다. 1954년 최초의 유해소송이 제기된 후 3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야기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된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수십 종의 발암물질과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담배회사들이 패소와 흡연자들의 승소가 이어졌다.
1997년 미국 대법원은 담배피해 환자의 편에 서서 ‘담배회사는 50개 주정부에 25년간 2천60억 달러를 물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에서 변호사들이 받은 수임료와 승소사례비만 81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2000년 플로리다주의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 유해성에 대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법원은 1천450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소송은 ‘윌리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20살 때 한국에서 군복무를 하며 담배를 처음 피웠다는 제시 윌리엄스라는 미국인이 67세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하자 그의 유족은 1997년 필립 모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소송은 오리건주의 1심, 2심, 대법원과 연방대법원을 오가며 10년을 끌었고 ‘세기의 재판’이 됐다. 결과는 2009년 3월 보상적 배상 82만 달러에다 징벌적 배상 7천950만 달러를 인정받았다.
국내 담배소송은 총 4건이 있었다. 그중 1건은 1심에서 패소했고, 1999년에 제기된 2건이 현재 대법원에, 2005년에 제기된 1건이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계류돼 있다. 이 소송들은 모두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이 흡연으로 인해 질병을 얻었거나 사망했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원고 측이 승소한 경우는 1·2심을 통틀어 단 한 차례도 없다.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접 혹은 간접흡연으로 인해 건강보험공단에 발생한 비용을 재정 관리자의 입장에서 담배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겠다는 게 소송이유다. 규모는 약 600억~1조7천억원 규모다. 소송의 진행과 결말이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