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눈은 ‘폭설’이란 말로도 모자라 ‘눈폭탄’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엿새 동안 1m가 넘는 눈폭탄이 쏟아진 강원 영동 지방에서는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이 무너지고 교통이 통제됐으며 학교들이 임시 휴교에 나섰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 관련 업소와 음식점들은 뚝 끊긴 손님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도심지는 그런대로 간신히 통행이 가능하지만 산간 마을이나 인적이 드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길이 막혀 바깥출입도 어렵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산학리에는 150cm나 되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금강산으로 가는 옛길 초입에 위치한 작은 암자인 정수암 주지 진관 스님은 처마선과 비슷한 높이로 폭설이 쌓인 이후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보지 못하고 겨우 공양간만 출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당국에 제설신고는 했지만 산골 구석까지 들어올 수 있겠느냐며 지원을 포기한 상태다. 눈이 녹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이 같은 경우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현재 폭설피해 복구를 위해 민·관·군이 땀을 흘리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1만6738명의 군병력이 제설과 복구작업에 투입됐다고 한다.
강원지방경찰청도 6개 중대 450명을 제설작업에 긴급 투입하고 있으며, 공무원도 2천명 이상이 제설작업에 투입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 등 타 지자체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덤프트럭 12대, 블로어 6대 등 중장비18대와 긴급복구비 3억원, 인력을 지원한다. 인천시도 시가 보유한 제설장비와 제설인력을 강원도 강릉시에 긴급 투입해 제설작업을 지원한다. 시가 보유하고 있는 제설장비 중 강릉시에서 필요로 하는 덤프트럭(15t) 3대, 제설기 3대 및 시청 공무원 47명을 투입시켰다.
경기도 수원시 등 8개 지자체도 자체 보유하고 있는 굴착기·덤프 등 제설장비 16대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제설장비는 오는 17일까지 강릉·양양·삼척 등 주요 피해지역에 배치돼 제설 및 피해시설 복구를 돕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모자란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도로와 농축산 시설물에 쌓인 눈을 치우고 폭설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의 비닐 제거 등 제설 복구 작업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장비와 인력, 물자가 필요하다. 어려움을 겪는 강원도를 위해 가장 가까운 이웃인 경기도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