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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태풍의 눈을 향해…

 

지난 일요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의 일이다. 조용하던 2층 카페에 웅성거리며 나타난 20~30명 젊은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는 영어회화. 삼삼오오 팀을 이루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그들은 분명 한국의 젊은이들이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는지 서로 파트너를 바꾸어 다시 시작하는 반복되는 과정을 보고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스터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각자의 영어실력 즉 자기 가치를 높이고자, 또 하나의 스펙을 쌓고자 주말 그 이른 아침에 한적한 카페로 모여든 것이다.

내 젊은 날의 시간들도 저렇게 회오리치듯 열정적이었을까. 태풍의 일생처럼 서서히 생성되어 절정의 시기를 거쳐 점차 소멸되어 가는 사람들의 삶. 그렇게 보면 우리의 20대는 태풍의 눈을 향해 달려들어야 하는 가장 위험한 시기쯤이 아닐까 한다. 그 중심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회호리치며 몰려오는 태풍을 버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시간 지나 생각해보니 정작 나는 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얼마나 위험한 시간인지, 또 얼마나 엄청난 경험인지 알지 못하고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착실하게 학점만 관리하면 취업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나의 20대. 취업재수를 한다는 건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하긴 취업재수, 취업준비생이란 단어는 최근에야 흔히 듣게 된 신조어가 아니던가. 졸업을 앞두고 합격통지서가 온 몇 군데 중 하나를 선택하여 취업을 할 수 있었던 난 학점이 아주 우수했던 것도 아니다. 요즘 우리의 취업준비생들을 보면 함부로 취업에 대한 조언을 해 줄 수 없다. 오히려 쑥스럽기까지 하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엄청난 경제성장의 뒤에서 서서히 그 세력을 키워온 또 다른 태풍. 어학연수, 높은 토익점수, 토익 스피킹, 봉사활동 등 갖가지 무기로도 쉽게 뚫어내기 힘든 취업전쟁의 중심에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치르는 시험, 꽁꽁 언 골목길을 더듬어 뚝섬 K고등학교로 또 한 번 입사시험을 치르러 가는 저 젊은이들의 간절한 바람. 그 바람의 끝에 그들의 꿈이 강한 생명력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언젠가 꼭 열매 맺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덤덤히 걸어가고 있는 그들의 꽁꽁 얼어있을 가슴이 안타까워 그 소망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해본다.

간혹 사람들은 힘들게 도달한 목표점에서 한때 자신이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꿈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초심을 잃고 방향키를 놓아버리는, 이미 다 이루었다는 착각, 뭔가 우쭐한 마음에 얻은 교만으로 멈추어버린 마라토너처럼 너무나 쉽게 현실에 타협해 버리는 이들을 보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매일 매일의 생활을 핑계로 구석방으로 밀어놓았던 내 젊은 날의 소박한 꿈들. 이 아침 활발하게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뛰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보며 나는 반성한다. 더 진지하게 내 삶, 그 속을 다듬어보기를… 더하여 태풍의 정점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리고 있는 그들 또한 먼 훗날 그 꿈 잊지 않기를 바라며.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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