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름가량 세계인의 관심을 한 데 모은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평소에 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나도 선수들의 열전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우리 선수들이 빙판에 넘어지면 안타까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다치지 않고 빨리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잠을 설치고 피곤해 하면서도 다음날은 또 경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 컬링이라는 새로운 종목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올림픽에서는 빙판을 로봇청소기를 이용해서 닦아내고 다시 밀대로 세밀하게 손질을 하는 줄 알았다고 촌 아줌마 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감동 이상의 고마움이 있었다.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에는 물론 기쁨도 컸지만 그들이 쏟았을 피땀을 생각하게 되었고 반드시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가 아니어도 온 인류가 자신과 국가의 영예를 드높이는 아름다운 축제에 빠른 속도로 동참하게 되었다. 빙상 여제 이상화 선수의 굳은살이 박힌 발과 네일아트가 빛나는 손을 보면서 스케이트에 갇힌 여성성에 짠한 마음도 들었다.
예전에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사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분명 우리나라 선수였던 사람이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질주를 하고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모습과 함께 그간의 일들이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이미 고인이 된 손기정 선수가 기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월계관을 쓰고 있던 사진과는 너무도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러시아인 빅토르 안이 된 과거의 안현수 선수의 웃고 있는 얼굴에도 마음에는 소요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축하와 함께 귀화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겪었을 고뇌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했던 남자 선수들의 부진으로 실망이 컸던 반면에 당연히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을 기대 이상 장담하고 있었다. 이미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현지 적응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금메달을 놓치리라는 상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수준은 치졸했다. 정작 여왕은 의연하게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다고 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지만 세계의 여론은 공정하지 못한 심사를 질타했다.
영국의 BBC는 “완벽한 연기에 완벽하지 못한 심사”라고 했다.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한 여왕의 퇴위에 과연 하늘의 뜻이 은메달은 아니었으리라. 물론 모든 메달이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만도 못하다 하더라도 보는 사람 마음이 이럴 때 김연아 선수 본인이나 가족들의 소회 또한 가늠하게 된다.
올림픽 내내 체육회나 빙상연맹에 대해 질타가 쏟아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있다.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쏟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가 있어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말에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두 라이벌의 자세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번 올림픽을 두고 소치올림픽이 아니라 수치 올림픽이라는 비난이 2018년 평창으로 이어지게 하지 않으려면….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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