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8일부터 6월 22일까지 센터 1층에서 올해 첫 백남준전으로 ‘말에서 크리스토까지(From Horse to Christo)’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독특한 방식으로 말하며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던 백남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사유를 그의 예술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로, 백남준과 그레고리 배트콕, 저드 얄커트 작가의 영상·설치·조각·판화작품 34점을 선보인다.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이 1981년에 쓴 글의 제목으로, 그는 텔레비전과 비디오 이후의 시대를 전망하며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텔레파시 등과 같은 정신의 힘을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주변의 지인들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한 드로잉에서부터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비디오 조각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핵심적인 예술작품을 관통해 표현됐다.
첫 번째 섹션인 ‘말, 마을, 마음’에는 이동수단과 통신수단이 분리되지 않던 시대에서부터 백남준이 ‘전자 초고속도로’로 표현한 인터넷 시대에 이르기까지 백남준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는 인류 문명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
‘징기스칸의 복권’, ‘코끼리 마차’ 등의 비디오 조각 작품들은 모두 그의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한자 마음 심(心)의 획을 둘로 나눠 쓴 작품 ‘무제(心)’는 백남준이 기술적 조력자였던 슈야 아베에게 선물로 준 것으로 두 개를 겹쳤을 때 완성된다는 점이 재미있다.
또 자신의 예술 여정을 고대 로제타석에 비유해 만든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는 미디어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작가가 비디오아트를 하게 된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두 번째 섹션 ‘전자 달’에서는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백남준의 해석과 그에 따라 텔레비전의 기능을 변형시킨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달에 비유해 인간 삶의 주기를 표현하고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귀중한 원천으로 인식했다.
‘참여 TV’, ‘닉슨 TV’와 같이 텔레비전의 주사선을 조작한 초기의 작품들과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시간을 기반으로 한 매체임을 강조하고 있는 ‘TV 시계’, 현대인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의 빛과 어둠을 탁월한 상징체계로 표현한 ‘TV 부처’ 등이 전시된다.
마지막 섹션인 ‘비디오 공동시장’에서는 백남준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만들어낸 성과인 ‘글로벌 그루브’, ‘모음곡 212’를 비롯한 수많은 방송용 비디오 작품들과 ‘손에 손잡고’와 같은 생방송 위성 프로젝트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문의: 031-201-8555, 8, 9)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