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에 노을지다’는 궁궐보다 더 큰 권세를 누렸던 집으로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이 나고 자란 운현궁 전각에서 바라본 1900년 조선왕조의 뜨겁고 파란만장했던 정치를 조망하며 대원군, 고종, 명성황후 등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꿈꾸던 숨 가쁜 권력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연극은 창작 초연임에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트 마켓에서 사전 초청이 확정돼 23일 남양주시청 다산홀 2층을 시작으로 26~29일 인천 남구 학산문화원 학산소극장, 다음달 4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과핵 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19세기 후반 조선의 급변하는 정치적 사건들과 함께 아들 고종과 며느리 명성황후 민씨에게 쫓겨나 양주의 직곡산장으로 유배돼 격렬한 분노를 앓게 되는 흥선대원군의 망상증이 겹쳐지며 전개된다.
정치적 야망의 권력자, 고종의 아버지 등 여러 자아들이 충돌하며 쇠약해지는 대원군은 마음을 정리하는 산행 중 산적의 위험에서 정체 모를 중년 사내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그와 인연을 맺는다.
대원군은 이 중년 사내를 통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정치적 초심을 찾아 내려온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그를 기다리는 조선은 임오군란과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무대는 크게 백(白)과 적(赤)과 흑(黑)으로 구성돼 충돌하는 어전과 운현궁은 권력을 잃은 대원군의 망상증이 드러나는 직곡산장, 천보산 장면과 대비되며 시공을 넘나든다.
조명도 철종의 붕어를 알리는 상가의 분위기인 미색의 분위기로 시작, 대원군을 상징하는 강렬한 붉은 색과 외세와 힘을 합쳐 대원군을 내치려는 민비의 짙은 청색 사이에, 대원군의 꼭두각시 고종의 고립을 상징하는 어둠에 스미는 옅은 박스 조명으로 대비된다.
극작가 김태수와 연출가 이상화가 만든 이 공연은 극단 집현과 김태수레퍼토리, 극단 KOTTI가 공동 주최하고 인천문화재단, 한국연극협회, 남양주연극협회, 서울연극협회, 한국마사회 등이 후원한다.
남양주공연 오후 5시, 인천공연 평일 오후 7시30분·토요일 오후 3시, 서울공연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문의: 0505-894-0202)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