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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임철우 신작소설 ‘황천기담’

 

소설가 임철우는 5월의 광주와 분단의 문제와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소설을 통해 한국문학사에서 ‘5월의 작가’라 불리고 있다. 시대의 아픔을 뛰어난 서정성으로 승화한 그의 소설은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명작으로 통한다. 그는 1981년 「개도둑」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래 잇따른 문제작들을 발표하여 1980년대 문단의 가장 주목할 작가로 부상했다.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등의 소설을 내놓았고,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아 이상문학상과 대산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사실 필자의 스승이기도 하다. 필자의 소설 발문도 맡아주셨고, 문학적 감수성을 심어준 분이기도 한 그가 신작소설 『황천기담』을 발표했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소설가 임철우의 작품 세계를 두고 “어둡고 무섭고, 가능하면 빨리 거기에서 도망하고 싶은 세계이지만, 그 세계는 절제 있는 감정 때문에 아름답다”고 평한 바 있다. 현대사의 굴곡 안에서 그것을 온몸으로 겪어낸 인물들의 상처 입은 삶을 통해, 분단 문제와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에 진지하게 접근한 작품들을 써온 임철우는 사뭇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들 안에서도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서정적인 문체로 아름다운 가치를 길어 올리는 작가이다.

소설가 임철우는 한국전쟁과 5·18 등 시대의 아픔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작가이다. 이번에 출간한 『황천기담』 역시 상처 입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임철우 작가가 2011년 제19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이별하는 골짜기』 이후 4년 만에 펴낸 책으로,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지난 수년 동안 단편소설로 발표한 바 있으며, 작가가 ‘황천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작소설로 써내려간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에서 역시 작가는 ‘황천’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런데 전작들과 달리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제목에 ‘기담’이라는 낱말이 붙은 것이다.

‘기담’은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이다. 일례로 ‘경성기담’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임철우 작가도 이러한 시류에 편승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그의 작품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는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이번 책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책에서 ‘황천’은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주요한 열쇠이다. 모든 인간은 이야기와 함께 나고 살다가 죽는다. 한 생애는 저마다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타인들의 기억 속에서 각기 고유한 판본으로 살아남아 떠돈다. 인간의 수명처럼 저마다의 운명대로 잠시 혹은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가 남는다. 그렇게 세상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차고 끓어 넘치는 영원한 이야기의 강, 설화의 바다가 된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스스로 욕망의 화신이 되거나, 욕망에 사로잡힌 타자들에 의해 괴물과 유령으로 변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소설가 임철우는 이 책의 ‘작가의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언젠가부터 내게는 소설이 갖고 있는 ‘이야기로서의 힘’이랄까 설화적 상상력의 무한한 자유로움에 대한 절실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 나름으로는 그나마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소설은 바로 그런 욕망으로부터 태어난 셈이다. 모처럼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한껏 누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흔히 소설가는 ‘이야기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좋은 소설가는 ‘유의미한 이야기를 잉태하는 사람’이 아닐까? 우리에게 유의미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소설가 임철우에게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