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배치고사에 수학 선행학습 문제가 출제된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곳은 경기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은희 의원이 발표한 전국 4개 시·도의 169개 고교 수학 배치고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3.8%인 74개교가 선행문제를 출제했다.
이 중 경기도는 64개교 중 53.1%인 34개교가 선행문제를 제출, 4개 시도 평균(43.8%)을 넘어 전국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배치고사 수학 문제의 반 이상을 선행학습이 필요한 고교 과정에서 출제한 13개교 가운데 11개교, 문제 전체를 고교 과정에서 낸 7개교 가운데 6개교가 도내 학교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에서 선행 문제를 출제하는 학교는 일반고의 경우 조사대상 58개교 중 29개교(50%), 외고의 경우 6개교 중 5개교(83.3%)에 달했다.
특히 외고의 수학 선행 문제 출제는 학교 설립 목적과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1학년 2학기 이후나 대학 과정에서 배우는 문제까지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A고는 수학Ⅱ의 마지막 단원인 ‘지수와 로그’에서 로그의 성질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항을 출제했고, B고는 수학Ⅱ ‘수열’ 단원에서 수열의 합을 구하는 문항이 나오기도 했다.
C고는 대학 2학년 과정인 ‘정수론’에서 ‘페르마의 소정리’를 이용해 답을 구하는 문제를 내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반 배치를 위한 선행문제 출제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인성·적성·지능 등 인적성 평가로 학생들 간 균형 있는 학급 편성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