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하여 재판부에 제출된 3건의 증거서류가 위조된 것이라 한다. 가짜 문서 3건은 중국 지방 공안국에서 발급한 출입국 기록, 이 기록을 공안국에서 발급하였다는 사실 확인서, 변호인이 제출한 설명서를 반박한 출입국관리소의 답변서 등이다. 법원은 서류의 진위여부를 중국대사관에 물었고, 대사관 측은 3건 모두 가짜라 하였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직인 문제 등, 왜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좀 더 정교하였다면 위조한 사실이 발각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위조 전문가 실력이면 공안국 담당자조차도 구별이 힘들 정도로 진짜와 똑같이 만들 수 있었을 터이다.
중국에서 만들 수 없는 서류는 없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중소도시에도 길바닥, 건물 벽, 담벼락 등에 검정이나 붉은 스프레이로 ‘판증(?證) 00000000000’이라고 낙서처럼 숫자가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조 서류를 주문하라는 휴대폰 번호이며, 거래는 전화로만 이루어진다. 원하는 서류는 무엇이든 다 만들어 주며, 주민증, 여권, 졸업장, 운전면허증, 영업허가서, 토플 성적표 등등 못 만드는 것이 없다. 워낙 정교하여 전문가도 구별하기 힘들다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유학생들까지도 HSK, 토플 성적표 등을 가짜로 만들어 현지법인의 취업시험 때 제출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파표(?票)’를 사라며 따라붙는 여인들이 있다. 이들은 가짜 백지세금계산서를 팔고 있다. 중국은 증치세율이 17%이다. 세율이 워낙 높아 가짜 세금계산서를 많이 사용한다. 전화 주문을 하면 액면가의 1∼2%대 가격으로 금액과 특정 세무서 도장이 찍힌 세금계산서를 보내준다. 위조 화폐의 유통도 많아 웬만한 상점에는 거의가 감정기를 비치해 놓고 있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50위안이나 100위안짜리를 내놓으면 반드시 검사를 거쳐야 한다. 기계가 없는 상점은 육안으로 세세하게 살핀다.
중국에서 만들진 가짜 서류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에도 들어간다고 하니, 가히 가짜서류 수출국이라 할 수 있겠다. 수년 전 가짜 유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 유학생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말이겠거니 하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중국학생이 가짜 외국인이 되어 중국 내 유명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외국유학생은 유명대학에 입학하기가 수월한 점을 노린 것이다. 다른 나라의 여권과 비자,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등등, 모든 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중국으로 유학 온 것처럼 하여 입학한다고 한다.
가짜 식품은 두말 할 것도 없거니와 의약품조차도 가짜가 많다. 시중에 나도는 약품의 40% 이상이 가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짜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삼성, LG 등 세계적 브랜드의 전자제품, 휴대폰 등은 가짜가 수없이 많다. 값싼 가짜가 진짜보다 오히려 더 많이 팔리고 있어 ‘가짜가 잘 팔리니 진짜가 기절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어쨌든, 가짜문서 때문에 본질인 간첩 사건이 묻혀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월간〔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역임 ▲수필집: ‘남쪽포구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