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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딜레마와 진퇴양난

중국 후한(後漢)의 장제(章帝)가 죽자 화제(和帝)가 열 살의 어린 나이로 왕의 자리에 오른다. 역사적으로 나이어린 왕이 자리에 오르게 되면 외척이나 환관들이 득세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제의 황후였던 두태후(竇太后)와 그의 오빠 두현(竇玄)이 정권을 잡았고 화제는 명목상의 왕으로 전락했다. 권력의 맛을 알게 된 두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예 화제를 제거하고 자신이 직접 왕위에 오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이 사실은 화제에 의해 발각되었고, 화제는 당시 실력을 갖고 있던 환관 정중(鄭衆)을 시켜 두씨 일족을 제거토록 했다. 뜻을 이루지 못한 두현은 체포 직전에 자살을 한다. 두씨 일족의 횡포가 사라졌지만 황제의 지위가 공고해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두씨 일족을 대신하여 정중이 권력을 쥐고 정사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얼마가지 않아 후한은 결국 자멸하고 만다.

명(明)나라 때 재상 조설항(趙雪航)은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前門据虎後門進狼’(전문거호후문진랑: 앞문의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의 이리가 나온다). 한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고 나자 다른 어려움이 연이어 발생하는 모습을 빗대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 속담엔 ‘가자니 태산(泰山)이요, 돌아서자니 숭산(崇山)’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다. ‘앞에서 불을 끄니 뒤에서 물이 밀려온다’는 또 다른 속담도 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 한꺼번에 밀려와 연이어 어려움에 빠질 때를 비유하는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진퇴양난(進退兩難), 외국에서는 딜레마(dilemma)라 표현한다.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것을 택해도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일 때 쓴다. 세 가지 문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가리킬 때는 트릴레마(trilemma)라고 한다. 트릴레마란 그리스어로 숫자 ‘3’을 가리키는 ‘트리(tri)’와 명제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레마(lemma)’의 합성어다. 레마(명제)가 서로 상충돼 세 가지 선택 중 어떤 것을 택해도 나쁜 결과가 발생되는 상황이니 딜레마보다 한수 위(?)다. 어제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을 철회한 새정치민주연합 두 공동대표의 속사정이 이와 같지 않을까.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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